결혼은 무엇일까? 꼭 결혼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결혼준비는 의외로 일사천리로 진행이 파팍되었다. 당시 일을 하고 있던 신랑은 열심히 일만 하셨고, 결혼준비는 '내'가 도맡아서 했는데 진짜로 2번은 못하겠다는 마음이 절실히 들었다. 차라리 일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을... 살인적인 스케줄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녔다.
신랑은 그때를 회상하면 '결혼 준비하는 동안 재미있었고 참 쉬었는데 말이야'라고 우스갯소리로 종종 말을 하곤 하는데, 그 말만 들으면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당연히 재미있었겠지! 결혼 준비는 전부 내가 다 했는데 넌, 따라만 다녔잖아!'
친구들은 결혼이 코앞인데 신부마사지도 신부헬스도 하지 않고 심지어 신부다이어트도 하지 않는다며 엄청 구박했다. 결혼을 앞두고 인생 몸무게를 찍었을 정도로 포동포동 살이 올랐는데 그 모습을 보고 하나둘씩 말을 얹기 시작하더니 잔소리로 끝이 났다. 그냥 운동을 하거나 피부숍을 가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였지만, '웨딩'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100만 원은 가볍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나 돈 천만 원밖에 없다.
결혼 전 신부파티는 고사하고 친구들에게 신랑을 소개하지도 않았다. 내 베프한테도 결혼식 당일날 신랑을 소개해주었는데 불필요한 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청첩장을 돌리는 것도 다 '돈'이다. 모바일청첩장만 덜렁 보내면 안 온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밥 먹으며 청첩장을 한 두 군데 돌리다 보면... 밥값만 얼마를 써야 되는 것인가!
정말이지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하기 싫었다. 당시에 나는 마치 사춘기가 이제 막 시작된 중2병에 걸린 듯 까칠하고 날카로웠으며 신경질도 자주 부리다 비실비실 웃는 조울증과도 같은 증상을 보여줬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서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우 앞에서 잘 살겠노라 맹세를 하는 자리가 아닌가? 뭔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일 마땅히 거쳐야 하는 일들과 반드시 사야 될 것들이 왜 그리 많은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속이 쓰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아빠가 화가 많이 나셔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가 집안에 몇 날 며칠을 감돌았다. 이유는 내가 신랑을 데려와 결혼허락을 받은 후 상견례를 한 후 식장을 잡아야 하는데 그 모든 절차를 스킵하고 결혼날짜를 잡아버렸다. (이 이야기는 다음 장에 자세히 쓸 예정입니다.)
엄마와 상의한 후 진행한 것이지만, 아빠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미래 사위와 술자리를 가지며
"내 딸은 쉽게 줄 수 없다. 귀하게 키운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장인어른."
이런 그림을 꿈꾸셨고 원하셨으며 결혼허락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의 따님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홀로 결정하고 선택해 왔었지 의논을 한다던가 상의를 해 본 적도 없다. 지금까지 대학진학, 취업, 생활... 기타 등등 알아서 생활해 왔고 굳이 관심도 도움도 주시지 않으신 아빠가 내가 결혼한다니 아쉬워하시는 게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엄마는 마흔 살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하셨다. 엄마 딸도 나이를 많이 먹어서 34살이었는데 아직 내가 30대 초반인 줄 아셨나 보다.
"언제 그렇게 나이를 먹었니? 난 아직도 네가 서른 살인 줄 알았다. 엄만 몰랐다."
괜찮아요. 이제부터 아시면 되죠. 저 그렇게 젊지 않아요.
또 친정오빠도 내 결혼을 반대했는데, 이유가 '영흥도'로 들어간다고 들어서였다. 사실 친정오빠랑은 사이가 좋지 않은데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고 따로 연락을 하지도 않는 사이인데 왜 내 결혼에 간섭을 하는지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친정오빠가 나보다 먼저 결혼을 했는데, 그때의 나는 철저히 배제되었었다. 새언니를 소개해주거나 결혼을 한다는 것도 오빠의 상견례 가서 알았다. 결혼식 때 입을 옷도 내 돈으로 샀고 엄마 모시고 일찍 가서 화장을 하는데 나는 신청해주지 않아서 화장도 안 했다. 안사돈과 새언니의 여동생은 화장을 받는데 나만 멀뚱멀뚱 앉아서 엄마 가방을 들어주었다. 거기다 부주돈도 갑자기 나에게 떠넘기고 가버려서 사진 찍고 바로 나와서 돈을 지켰다. 결국 연회장에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먹을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없는 지도 몰랐던 엄마와 아빠, 오빠는 연회장을 돌며 인사하기 바빴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결국 쫄쫄 굶었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와준 친구와 나가서 저녁을 먹었다. 물론 밥값은 내가 내었다. 고생한 친구한테 미안하고 고마워 서말이다. 그랬는데 왜 내 결혼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지 모르겠다.
새언니는 걱정되어 오빠가 나를 절대로 '영흥도'에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데 기가 찼다.
"누가요? 오빠가요? 지가 뭐라고 내 결혼에 왈가왈부해요? 저희 안 친해요."
사설이 길었지만, 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행복을 빌어주는 이는 없었던 것 같다. '나'보다 자신의 위치와 남에게 보일 모습만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윗사람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이상하고 불합리했다. 도대체 결혼이 무엇이기에 거쳐야 하는 것이 많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