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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 Apr 14. 2020

그냥 마누라가 좋은거야.



띠링.

브런치의 새 글 알람이 울렸다. 이한나 작가님의 새 글이 등록되었다는 알람이었다.

<남편분들께 아룁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내용은 심리테스트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각종 심리테스트가 유행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인 듯했다.


남편에게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 중 아내를 보면 떠오르는 색깔을 물어보고 색에 따라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판단하는 심리테스트. 다른 심리테스트와는 다르게 약간 위험(?)한 테스트였다. 연인 혹은 부부 사이의 심리테스트는 쿨한 척 시작해 파국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나 작가님 글에 따르면 주황이나 보라가 나온 사람은 댓글에 ㅎㅎㅎ 와 ㅋㅋㅋ 가 붙지만 빨강이 나온 사람은 댓글에 어김없이 ㅜㅜ 표시가 붙는다고 했다. 이한나 작가님도 빨강이 나오면 서운할 것 같아 물어보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도전!! 이 나이쯤 되면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바로 카톡으로 남편에게 빨주노초파남보 중 나를 보면 생각나는 색깔을 물어보았다.

질문한 지 한 시간 만에  답이 왔다.

 

오 마이 갓!! 빨이란다. 빨강도 아니고 . 무채색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지만 막상 남편의 빨이라는 답을 보고 나니 뭔가 기운빠졌다.



남편에게 의 의미를 보내주며 말했다.


애정이 식었군. 주황이나 보라를 기대했는데.. 최소한 초록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마누라라니..


이번엔 바로 답이 왔다.


요즘 한가해? 난 바빠. ㅠㅠ


‘이보시게 ㅠㅠ 표시는 내가 해야 하는 걸세. 그대가 아니라...’



재미로 보는 심리테스트란 걸 알기에 웃자고 남편에게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냥 마누라라는 해석을 보고 나니 남편의 마음이 아닌 내 마음을 알 것 같았다. 20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나는 남편에게 그냥 마누라가 아닌 애인 같은 아내 혹은 친구 같은 아내이고 싶었나 보다. 이런 남편이었으면 좋겠다는 로망만큼 이런 아내가 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나 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의 난 남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물었다


“뭐가 나왔으면 했는데..”

“난 주황이나 초록이 나왔음 했지. 카페에 빨강나오면 댓글에 ㅠㅠ 표시가 붙는데.”


그러자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마누라가 좋은거야. 거기에 다 포함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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