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나 지음 | 유유 | 2019년 09월 24일 출간
문득 2년 전, 휴대폰 대신 책을 쥐기 시작했던 내 손의 어색한 감각이 떠오른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더 많이 신경이 쓰였던 당시 우스웠던 상황도 떠오른다. 이제는 제법 책을 쥔 채로 돌아다니고, 펴고 덮는 모습들이 자연스럽다. 나와 내 주변인들, 처음 만나는 모두가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나와 밤낮을 지새우며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무던히도 속이 타셨던 부모님이 아니고서야, 지난 23년간 나의 유일한 취미가 '게임'이었다는 걸 믿어주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또 한 권의 책을 서툴지만 마무리짓는 이 중요한 시간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둔 채로 이런 감상에 젖게 된 이유는 이 책 때문이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 제목에서부터 나의 관심사와 고민이 한 번에 드러난다.
나는 사내 독서모임을 매달 한 번씩 참석한다. 이것도 오는 4월이면 어느덧 2주년이 된다. 이와 함께 2020년 어떻게 하면 지금의 독서모임을 더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작지 않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 이렇게 많아?'라고 할 수 있겠으나 말 그대로 '지금' 잘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잘한다고 한 달 뒤에는 잘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1년 뒤에는? 2년은 어떨까?
이런 의문과 함께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에게 더 풍성하고 많은 의미와 가치들을 얻어가게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교보문고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독서모임'이라고 검색하니 가격부터 사이즈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작 검색해볼 것을 잠시 후회했지만, 나의 개인적인 관심과 고민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더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을 보냈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의 저자 원하나 씨는 이 조그마한 150p 책을 밥그릇 삼아 6년간 독서모임을 꾸려오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꾹꾹 눌러 담아 동그랗게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처럼 독서모임을 만들고, 준비하고, 운영하는 방법들과 경험들이 담겨있다.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거나, 이미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모든 모임장 및 운영진들에게 '좋은 독서모임'에 대한 충분한 도움과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해 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미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직장동료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운영되고 있는 것을 다듬고 더 많이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아이디어들을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춰가며 읽었다.
내가 흥미 있게 읽은 부분은. 사람들은 왜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하는가?, 모임을 지속 가능하게끔 만드는 규칙과 시스템, 독서모임의 흐름, 그리고 책의 가장 마지막에 담긴 '더 재미있게 독서모임 하는 법'이다.
책을 덮으면서 지금 내가 속해있는 모임들이 앞으로도 더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쌓이는 독서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그런 지혜들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이런 고민을 할 줄 아는 나를 있게 해 준 일등공신은 단연코 독서모임이다.
나는 독서모임을 통해 스스로 읽고 생각하기에서 조금 더 확장된 책 읽기를 하게 되었다. 책 읽기의 강제성과 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며 시작한 사내 독서모임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읽은 책과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고, 말하기를 준비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지 1년. 나는 읽기에 대한 '말하기'와 '글쓰기'라는 아웃풋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당당히 말하기엔 아직 미약한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말과 글은 내가 보고, 듣고, 느껴온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딱 나만큼의 말과 글이다. 그래야 한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인풋이 있으면 반드시 자신만의 아웃풋이 따라온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 대수로운 '책 읽기'라는 행위를 하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이 생겨난다. 생각들은 이미 있던 나의 생각에 뒷받침이 되기도 하고, 둘 사이를 잇고, 새로이 덮어지고, 기존의 것과 교체되고, 빈 곳을 채워준다. 즉, 독서를 통해 나의 우주가 확장되는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에너지들은 쌓이고, 터져 나오기 위해 출구를 찾는다. 출구의 모양은 각자 인생만큼의 개수일 것이다.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감상과 사색에 젖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다 같이 읽고 생각하는 것이 책 읽기의 더 많은 부분을 충족시켜준다고 믿는다. 혼자서 읽기가 '내가 좋은 것'을 충족시켜 준다면, 독서모임은 '나에게 좋은 것'또한 채워줄 수 있다. 좋은 것이라는 가장 큰 예시는 이 책의 표지에서 보여주는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독서모임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 대조하면서 생각의 빈틈을 메우고 이전까지 몰랐던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납니다.
가치관과 관점의 시야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사각의 범위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독서모임을 만들고, 참여하며 서로의 시야를 공유하여 보다 완벽한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실천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