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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비 Jun 24. 2019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제1회 일본 감동대상 대상 수상작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는 2018년을 마무리하던 그즈음에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됐다.

웹서핑을 하던 도중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책 속의 한 문장을 읽게 됐는데, 그 문장이 썩 마음에 들어 한동안 곱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2019년,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다.



새해를 기념해 구매했지만, 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나서야 이 책을 펼쳐보았다.

책의 제목을 보고, 줄거리를 읽으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무언가 결핍되고 망가진 것 같은 나의 삶. 그리고 1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게 되면서 점점 달라져가는 자신.  결국 1년이 지난 후, 꿈꾸던 삶은 아니지만 스스로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는 그러한 이야기.


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좋았다.  크게 두 가지가 좋았는데, 

하나는 이 책이 실화라는 점.  소설 같은, 영화 같은 변화를 얻게 되는 시작과 과정과 그 결과가 모두 작가 자신의 실화라고 한다.  더하거나 뺀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래도 변화의 과정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한 문장, 한 단어들이다.

어떠한 책에서도 그러하겠지만, 이 책은 무기력했던 삶에서부터 스스로 나아가는 삶 까지 그 순간마다 느꼈던 자신의 감정과 경험들을 그대로 써 내려간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공부만'잘했던 사람이 꽤 많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도 모른 채 고속열차처럼 학창 시절을 내달리다가
어느 날 '툭'하고 세상에 내던져진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러니 나와 똑같은 느낌을 요구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나에 대한 남들의 느낌을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소름 돋게 차갑지도, 폭발할 듯 끓어오르지도 않는.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미지근한 삶.  스스로 방향을 정하거나 결정을 해본 적 없는 삶.  중간, 평균, 보통.  여전히 이 단어들을 영혼 곳곳에 족쇄처럼 매달고 살아가는 나에게는 참으로 공감하는 책의 서두였다.


주인공의 삶은 '나는 살 가치가 있는가?'라는 존재 이유에 대한 아주 섬뜩한 자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질문은 기폭제가 되었고, 마구잡이로 쌓여있던 그녀의 삶이 폭약이었다.  엔진 속 폭발이 피스톤을 밀어내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듯, 1년의 시한부 인생이자 목표를 통하여 비소로 그녀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주인공 아마리는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생을 건 승부를 펼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와 기한이 생기고나서부터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그저 바쁘기만 한 생활이었다면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너무도 선명하고 절대적인 목표가 있었다.  그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면 할수록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힘이 솟았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 모아야 하는 돈의 양, 배우고 익혀야 하는 카지노 게임.  목적지가 정해지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돌아본 후.  폭발적으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평소처럼 주중에는 파견사원으로 일하지만, 밤에는 호스티스로 일하고 주말에는 누드모델로 일한다.  29년 그녀의 삶에서는 없었을 선택지들이다.


'라스베이거스'라는 나의 목표 때문에 내 삶 속 모든 것들이 결정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현재 내 상황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다시 한번 모든 직업들이 선택이라는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목표는 그녀의 모든 선택지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번 책.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를 올리기에 앞서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적으며 '목적지'와 '나의 위치' 그리고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빠트린 한 가지를 느끼게 해 줬다.  


그렇다면 나는, 목적지에 '왜' 가는가?


나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목표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세워진 것일까?

내 목표들은 어떤 시점에서 세워진 것일까?  이 목표들은 지금까지도 유효할까?

내 엔진은 어떤 연료를 소모하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가?  이 엔진은 언제,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


스물아홉의 절반을 보내고 나서야 스스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남은 절반은 나의 20대를 잘 보내주기 위해 무던히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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