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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주 Sep 20. 2024

사랑

누군가 내게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그 그림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말해준다면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궁금해한다면 

누군가 종이 한 장 가득 나에 대해 묘사하려 노력한다면 

누군가 간이 잘 맞지도 않는 내가 만든 반찬이 그저 맛있다고 좋아해 준다면 

누군가 내가 보고 싶다며 먼 길을 달려와 내 모습이 보이기를 기다린다면

누군가 내가 아플 것이 걱정되어 자신도 함께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누군가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나와 함께 싸워준다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랑을 원한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사랑의 흔적을

사랑한다는 말대신 사랑의 노래를

세월에 사라질 흔적이 될지라도

흘러가는 노래가 될지라도


나는 그런 사랑을 원한다. 

"사랑해"라는 말을 할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는 사랑을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조셉 로루소  <연인과 로트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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