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욱 <같은 방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하며 반짝거리는 기계장치 위로 원형의 나무판이 걸려있다. 소리도 없고 주목을 끌만한 움직임도 없다. 실이 연결된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려보니 맞음 편 벽에도 비슷한 모양의 원형의 나무판이 걸려있다. 마주 보고 있는 나무 판은 막대기를 양팔로 벌리고서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쪽 벽에 있던 원형의 나무판이 팔을 들어 올리기 시작한다. 아마 맞은편에서도 이에 반응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한쪽에서 팔을 아무리 들어 올려도, 혹은 내려도 반대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크게 실망했다. 동전을 넣어도 나오지 않는 자판기 앞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이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인가?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어째서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까?
팔을 드는 쪽에서는 반대편에 신호가 가기를 기다리지 않을까? 혼자서 움직임을 감당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혹시라도 자신이 멈추어 버리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을까?
반대편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반응을 기다라고는 있을까? 아니면 자신을 움직일만한 더 큰 운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이 단순한 움직임에 감정이입을 했을까?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내가 팔을 들면 너의 팔이 움직여 주기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너의 신호를 나는 계속 못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멈추지 않는다면 가닿을 수 있는 걸까? 그때는 언제일까?
바람이라도 너를 흔들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