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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流氷)

by 정희주

깊은 겨울이 끝나가는 어느 날

강물 위로 빙빙 떠내려가는 얼음 덩어리를 보았다.

제멋대로 떠내려가는 얼음 덩어리는

한번 녹은 얼음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쌀쌀맞은 말을 남겼다.


차가웠던 강물에

계절마다 다른 햇살이 비치고,

물장난 치는 아이들이 찾아오고

낙엽이 살랑거리는 것을 보며

강물이 건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깨져버린 얼음이 하나 될 수 없듯이

우린 이전의 모습으로는 다시 만날 수 없다.

다시 하나의 얼음덩어리가 될 수는 없어도

우리는 여전히 강물이다.


얼음이 되기 전에도

얼음이 된 후에도

얼음이 녹은 뒤에도

우리는 언제나 강물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우리는 하나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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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미술치료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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