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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인 Feb 24. 2022

핵 보유 국가가 전면전이라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소규모 국지전이 아닌 국가와 국가가 맞붙는 전면전이다. 2022년에 그것도 핵을 가진 나라가 전면전을 치르다니 믿기 힘들다. 물론 20여 년 전에도 핵 보유 국가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공했었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를 침공했고 공중 전력으로 상대 군대를 사실상 초토화한 뒤 지상군을 투입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전략이었다. 반면 러시아는 지상군을 투입하며 전쟁을 개시했다.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전략이다. 물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차가 워낙 크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한 저항을 천명한 만큼 러시아군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하다. 내 생각에 이런 전면전은 베트남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러시아는 국경선(방어선)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다. 러시아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영토를 가졌지만 핵심 지역은 유럽과 맞닿은 서부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의 핵심 도시를 잃으면 국가가 사라지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데 러시아 서부에는 국경선으로 삼을 만한 산맥이나 강이 없다. 온통 평지뿐이다. 만일 유럽에서 큰 세력이 나타나 러시아를 침공하면 속수무책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에게 침공당해을 때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러시아(소련)는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물리쳐 승리를 거뒀지만 서부에 있는 거의 모든 도시를 빼앗겼고 상상을 초월한 인명 피해도 입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은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 국가들을 연방에 강제로 편입하여 서부의 주요 도시들을 지킬 방어선으로 삼았다. 이때 구축했던 핵심 방어선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다. 이 중에서 발트 3국은 일찌감치 러시아를 대항하는 군사기구인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에 가입했고 벨라루스는 친러시아 성향의 독재자가 오랫동안 실권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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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려는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투쟁은 소련이 해체되면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이때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사이가 좋았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자국 영토 안에 있던 구소련의 핵무기를 모두 반납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정치였다. 우크라이나의 정치는 긴 시간 동안 매우 혼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과거에 TV 프로그램에서 청렴한 대통령 역할을 했던 개그맨 출신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까닭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연출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바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기존 정치인들이 너무도 무능력하고 부패해서 차라리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숙했다. 미숙할 뿐 아니라 아둔하기까지 했다. 국제 정세는 고려하지 않은 채 NATO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흔히 말하는 안보 팔이를 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인이 인기를 얻기 위해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용 추가>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미숙할 뿐 아니라 아둔하기까지 했다'는 말을 취소한다. 나는 그가 국제정세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던 까닭에 NATO 가입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았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었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이후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자신들이 조종할 수 있는 자를 앉히려 노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를 거부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단순히 한 대통령의 오판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오랜 시간 뜨겁게 바라던 목표였다.


러시아는 당연하게도 강력히 반발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면 NATO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한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악몽이다. 서부에 밀집한 핵심 도시들 바로 턱 밑에 적군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손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잘 알다시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고 우크라이나의 동부에 있는 친러시아-반우크라이나 지역의 독립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으로 독립하는 것을 승인하면서 일명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크림반도 병합 때와 비슷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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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포기한 지역이다. 주민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내심 러시아가 이 지역만 먹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러시아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의 북부, 동부, 남부에서 전면적으로 침공을 개시했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자면 러시아는 적어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만 먹고 갈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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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듯하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은 사실상 3차 세계대전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 최대 적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혼란한 틈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본 후 대만 침공 여부를 계획할 것이다. 유럽은 역시나 말로만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있다. 물론 러시아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겠지만 러시아와 직접 충돌은 피할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멀리 떨어진 호주는 중국 욕을 마음껏 하지만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중국 욕을 실컷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유럽의 말뿐인 경고는 역사에서 너무 많이 봐 온 탓인지 이젠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내가 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배경이었다. 모쪼록 전쟁이 멈추길, 인명 피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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