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터 Nov 15. 2024

언어치료. 지금 당장!

자폐스펙트럼의 언어치료에 대한 이야기 1.

DH가 태어났을 무렵 오은영 선생님의 동영상을 본 적 있다. 그때는 ‘금쪽같은 내 새끼’가 방영이 되기 전이었다. 선생님이 어딘가 강연을 가서 하신 내용으로 기억한다.


어느 말이 느린 한 아이의 아버지가 선생님을 찾아와 물었다.

“저희 아이가 말이 느린데요. 어떻게 하죠?”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언어치료받으십시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저도 말이 느렸다가 좀 늦게 틔였다고 그러더라고요”

선생님은 다시 이렇게 대답했다.

“언어치료받으십시오”

“아이가 아픈 게 아니에요. 곧 하지 않을까요?” 아이의 아버지가 성을 냈다.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언어치료받으십시오”     


모든 치료의 기본은 언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천근아 선생님도 자폐의 예후에 언어가 결정적이라는 말을 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기본이 되는 요소가 언어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면 그 언어치료는 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받는가? 오늘은 DH의 언어 치료에 대한 글을 남기고자 한다.

DH는 그나마 기능이 좋은 고기능자폐에 속한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말처럼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있고, 아이에 맞는 치료접근도 다르다. 내가 알고 경험한 정보도 아이 기준일 수밖에 없으니 일부분 일수도 있다는 말을 먼저 남긴다.


DH의 경우 발화가 늦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의 말은 적절한 연령에 했으나 문장의 구사가 어려웠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는 방법이 영아기 일 때는 놀이 중심 수업이었다. 장난감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발화의 양을 늘리고 올바른 표현을 익히는 수준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흥미중심으로 접근하여 최대한 마음을 열고 입을 트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잘 아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 아이가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인지, 본인이 흥미가 없어서 말을 안 하는 것인지 파악을 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선생님과 교육 방법이 필요한 시기다. 아이의 문제와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영아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의 발음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아이스크림을 혀를 통해 발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혀 모양을 잡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DH의 경우는 발음보다는 흥미와 집중의 부분이 문제였기에 사실 그 수업은 불필요한 부분이었다. 선생님이 아이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연애를 할 때 밀당을 하듯이 적절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밀어 넣어 발화를 시키면서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이 영아기 때는 필요하다.


DH는 경험하지 않은 수업이지만 PECS라는 수업도 있다. 의사소통의 시작이 말이라면 좋겠지만 말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그림자료를 활용하는 수업이다. 물을 먹고 싶다면 물 카드를 전달한다. 그러면 물을 받을 수 있다. 수업의 초점은 대화의 기본 ‘주고받는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종종 어떤 아이들은 PECS 수업을 하다가 발화가 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때쯤엔 그냥 집에서 엄마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 비용을 내는 만큼 수업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엄마가 사용하는 어휘의 양과 질이 좋고,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며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P병원서 하는 언어치료 중에 부모에게 녹음기를 붙여서 아이와의 일상 상호작용을 체크하는 수업이 있다. 그 수업을 직접 경험했던 DH친구의 부모 말로는 평소보다 말을 많이 건다고 생각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에 놀랐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가 한글을 안다고 아이에게 가르치는 게 쉬운 게 아니듯 언어 수업도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업을 하면서 부모도 자란다.


오늘의 결론은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언어치료 당장 시작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