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우리는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학교 생활기
DH는 일반 공립초등학교에 갔다. 자폐스펙트럼으로 장애 등록이 된 특수교육대상자다. 그래서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에 동시에 소속되어 통합교육을 받는다. 대개 시간을 일반학급에서 받지만 일주일에 3번 정도 특수학급을 왔다 갔다 한다. 등교를 하면 특수학습에서 개별화 수업을 하고 일반반으로 돌아와 수업을 이어간다. 일반학급의 수업시간에도 중간중간 도움의 손길을 받는다. 특수교육실무사 선생님이 학습시간에 DH의 옆에 앉아 아이의 활동을 돕는다. 많은 도움의 손길과 시선이 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당연히 DH가 도움을 받는 아이로 인식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들이 그러하리라.
어느 날 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DH와 같은 학년의 아이 SY를 만났다. DH와는 학년만 같을 뿐 다른 학급의 아이다. 그 아이와는 몇 번을 오며 가며 인사를 했었더랬다. 하지만 DH는 오늘도 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너 몇 학년이야?” 듣기에 민망하여 내가 대신 대답했다. “너랑 같은 1학년이잖아”. 이내 또 묻는다 “몇 반이야?” 이번에도 내가 대답했다. “아마 친구는 1 반일걸?” 그러자 DH가 나를 보며 말했다. “1반이면 YJ네 반이다. YJ 내 친구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SY가 입을 열었다. “YJ? YJ라면 걔잖아. 너 걔랑 친구야? 걔랑 대화가 돼?” YJ는 DH와 같은 특수교육대상자 친구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의 머리도 순간 정지했다. 이 상황을 어찌 정리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안녕” 하고 그 아이를 피해 부랴부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DH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득 YJ의 어머니가 나에게 속상함을 토로했던 일이 생각났다. 같은 반 친구들이 YJ의 생일날 편지를 써줬는데 편지에 ‘교실에서 소리 지르지 말아 줘’, ‘소리가 불편해’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DH와 YJ가 함께 다니는 학교는 같은 반 친구들의 생일날 편지를 써주는 활동을 한다. 기뻐야 할 아이의 생일날. 그 편지를 받고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는 그 어머니의 이야기. 그 말이 생각나며 마음이 쓰렸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밀려왔다.
지난주는 DH의 생일이 있었다. 생각이 많아졌던 터라 걱정이 되었다. DH의 친구들은 뭐라고 썼을까? 생일날 하교하고 온 DH의 가방을 부랴부랴 열어 친구들의 편지부터 열어봤다. ‘생일 축하해’, ‘친하게 지내자’ 일반적인 축하의 글들이었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평범하지만 나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편지들이었다. 그러던 중 편지들에서 묘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모든 편지에 파란색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어떤 아이는 파란색 블루베리를. 어떤 아이는 파란색 케이크를 그렸다. 그리고 어느 아이의 편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DH야. 너 파란색 좋아하지? 파란색 종이에 편지 써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같은 반 아이들은 DH를 위해 DH가 좋아하는 파란색을 선물해 준 것이었다. 세상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따뜻한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났음에 감사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지금의 기쁨이 언젠가 슬픔으로 바뀔 수도 있을 노릇이었다. 마음 편히 즐겨지지 못했다.
자폐스펙트럼의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에서,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학교 밖에서 언제나 불안함을 안고 살아간다. 아직은 따뜻한 눈물을 흘리지만 언제 차디찬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간절히 기도하건대 DH의 세상에 따뜻한 눈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