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종결되었습니다.
ABA치료를 종결하며..
DH가 대학병원에서 첫 진료를 보던 때가 40개월 경이었다. 아이의 증상을 의심했던 시기가 30개월 넘어서였고 그때 바로 예약을 잡은 거였으니 어찌 보면 생각보다는 의사와의 만남이 빨랐다. 운이 좋았다.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의사도 이 연령 때 오는 아이가 드문데 일찍 오신 편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자폐스펙트럼에 관해서는 유명한 의사가 몇 분 계신다. 서울대 김붕년교수님, 세브란스 천근아교수님, 분당서울대 유희정교수님, 연세나무 김남욱원장님.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면 그 분야의 명의들을 찾기 위해 검색하고 물어물어 예약을 잡듯이, 나도 그랬다. DH의 자폐가 의심되자 며칠밤을 검색하느라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병원 두 곳에 예약을 잡았다. 물론 예약도 쉽지는 않았다. 전화 연결이 안 되는 전화를 몇십 분을 붙잡고 기다리면서 어렵게 예약을 잡았다. 어느 곳은 예약을 받는 날이 정해져 있고 그날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곳도 있으니 그곳은 아침부터 전화 연결을 위해 온 가족이 동원되기도 한다. 엄마들은 처음부터 큰 산을 마주한 꼴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그렇게 병원의 예약을 걸고 기다리기만 하진 않는다. 이곳저곳 센터들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먼저 시작한다. 언어, 놀이, 감통 등 수많은 치료의 영역들이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쉽게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유명한 센터들은 이미 아이들이 가득 차있어 대기를 걸어야 한다. 엄마들은 또 큰 산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지칠 수 없다. 그럴만하다. 아이의 골든타임은 영유아기 이기 때문이다. 내가 전화를 잡고 허비하는 이 시간이 아이에게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엄마들의 마음을 절박해진다. 빨리 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에 슬프다. 내가 그랬다.
DH의 ABA치료가 종결되었다. 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고 ABA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종종거리며 예약을 걸었고, 6개월 만에 연락이 와서 수업을 하게 된 곳이었다. 절박함으로 시작했던 시간이 그렇게 지나 3년의 시간이 지났다. 수업을 종결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참 치열한 아이의 유아기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이는 함께 수많은 산을 넘었다. 나 자신도, 열심히 따라와 준 DH도 대견하고 뿌듯했다.
DH는 많이 자랐다. 물론 여전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을 내가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의 문제 되는 부분이 어디고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방향을 잡고 있다. 지난 3년간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나도 공부를 하며 성장한 것이다. 마지막 수업 후 집에 오니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물론 앞으로 어떠한 산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나마 정답지처럼 있던 유아기의 치료와 교육 과정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는 잘 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