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터 Nov 22. 2024

화용 언어가 중요한 이유

자폐스펙트럼의 언어치료에 대한 이야기 2.

대부분의 언어치료가 유아기로 넘어오면서는 어휘의 양을 늘리는 것에 집중한다. DH도 그러했다. 모든 표현을 본인이 아는 단어로만 쉽게 표현하려 했다. 예를 들어 '싫어'라는 말로 모든 것을 퉁치곤 했다. 레몬아이스크림 좋아해? 싫어? 왜 싫어? 싫어서 같은 식이다. 레몬이 시다. 혀가 아리다. 등으로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단어의 습득이 필요했다.


아이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때 많이 등장하는 것이 ‘언어 카드’다. 명사, 형용사, 기분표현 카드 등을 활용하며 단어를 외워서 머릿속에 습득시킨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가 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겠다고 단어장을 사서 달달 외웠었다. 나 때는 '우선순위 영단어'라는 작고 기다란 책이 유행을 했었더랬다. 하지만 그때 외운 영단어가 머릿속에 남아있는가? 남아서 활용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물론 몇 프로 정도는 기억에 남아 잘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딱 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danger이라는 단어를 책을 통해 배웠다 치자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혹은 책으로 그 단어를 접하고 써먹었다면 그것은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엄마와 선생님의 소통. 화용이 중요하다. 언어 선생님은 방향성 설정과 공유를 잘해주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주의할 것은 양치기 선생님이다.

물론 부모들 중에 학습의 양을 늘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다. 아이가 오늘 카드 몇 장을 했고, 외웠는가가 그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 배운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이때는 아이의 능력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오늘 어떠한 단어를 익혔고, 이 부분이 부족하니 이쪽으로 가겠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목표가 있다. 이런 것들을 부모와 공유하고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언어센터와 선생님이 최고다.     

 

그리고 부모도 아이의 학습이 일상에서 어느 정도 보이는지 공유해야 한다. 책은 ‘권’으로 세는 것을 배웠는데, 집에서는 계속 ‘개’로 읽는다면 넘어가지 말고 집에서 활용하고 선생님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이 언어 수업을 버리지 않고 온전히 아이의 것으로 남길 수 있다.     


학령기 전 후에는 아이도 수업의 거부가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릴 때 상호작용 중심의 놀기만 했던 수업에서 공부로 넘어오니 당연히 힘드리라. 그래서 더욱 부모와 선생님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사실 DH는 유아기에 어휘량을 생각보다 확 늘리지 못했다. 수업의 거부가 심했고, 나 또한 단어의 진도보다는 화용에 집착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DH는 지금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에 거침이 없다. 말은 세련된 단어가 아닐지언정. 나는 이것이 DH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바로 올바른 대답을 쏟아내는 곳이 아니다. 잘못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성장한다.

이전 23화 언어치료. 지금 당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