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아이는 왜 말을 못 하는가
언어치료에 대한 이야기 3.
DH가 센터에 처음 방문했던 시기가 28개월쯤이었다. 아이의 어려움을 그저 느려서 그런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시기. 그때 만난 비슷한 개월수의 친구 JW가 있다. 말이 이제 막 트여서 2~3 단어를 붙인 짧은 문장을 이야기하던 시기다. DH가 한 단어 덜 붙이고 그 JW가 한 단어 더 붙이고의 차이정도였을 뿐. 두 아이 간에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간극은 미묘한 방향으로 커졌다. "엄마 물 주세요"를 DH는 나를 보고 했지만 SW는 먼산을 바라보며 "엄마 물 주세요"를 했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더 비슷하다. 일반아이들과도 많이 차이나 보이지 않는 정도의 시기다. 아이들을 보고 지능과 사회성을 체크할 수 없는 시기. 일반 아이들도 자동차를 굴리며 노는 시기. 그 시기엔 크게 티가 나는 부분이 언어다. 부모들이 아이의 발달을 가정 먼저 눈치채는 요소도 언어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언어가 해결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될 것 같은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언어에 많은 기준을 두지만 사실 표현언어는 진단에서 큰 기준을 차지하지 않는다. 자폐 아이들 중에는 언어가 느린 아이도 많지만 유창한 아이들도 많다. 결론은 자폐를 판정하는 기준은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둘째, 제한적이고 한정된 관심사다. 경중도 이 두 가지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DH의 어휘량이 내 기준보다 늘지 않았던 이유는 교육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제한된 관심사가 지금보다 더 컸기 때문에 아무리 주입을 한다고 한들 통했을 리 없다. 그나마 DH는 시도가 많은 편인 아이다.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마음이 있다. 이러한 점은 언어를 본질적으로 올리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DH는 자기표현을 하고 싶은 의도가 많이 보인다. 어느 날은 자기가 그린 장수풍뎅이와 나무가 있는 그림을 들고 와서 한참을 설명하려고 한다. "자작나무 진액이 나오는데, 그걸 장수풍뎅이가 먹어요. 그래서..." 더 말을 하고 싶은데 이어지지가 않는 모양새였다. 순간 "휙 사라져요"라고 말을 마무리해 버린다.
지금 이러한 시그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을 언어센터 선생님께 이야기하니 다양한 그림을 가지고 표현하는 연습들을 해보시겠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유명 언어센터가 많다. 그러나 어떤 언어센터를 가느냐보다는 어떤 언어치료사를 만나냐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어떤 사람과는 친하지만 어떤 사람과는 대면대면 한 것처럼, 결이 잘 맞는 치료사가 있다. 만인에게 모두 좋은 사람은 없는 것처럼. 결론은 아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치료사, 엄마와 치료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치료사가 좋다. 그래야 집에서 꾸준히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다. 좋다는 소문에만 휩싸여서 아이를 던져놓고 끝나면 나의 아이는 계속 제자리에 서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