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예후
자폐스펙트럼 아이는 오늘도 나아갑니다
사회성 그룹에서 만난 CD 엄마와 그날도 끝나지 않는 치료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우리 주위에 보면 우리 애들 또래 거나 우리 애들보다 어린애들만 있는 거 같아. 난 큰 애들이 궁금해" 그녀의 말에 생각을 해보니 실제로 그러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 모습이 될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다.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차에 중학생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를 위한 온라인 세미나가 있어서 참여했었다.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현장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발달장애 아이들만을 위한 대학교 학과라던가, 일반 대학들의 지원센터 등에 대해 이야기. 기숙사 생활을 꼭 시켜보라는 선생님의 조언도 참 인상 깊었다. 결국은 나와 떨어져 살 아이가 마지막으로 보호 아래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결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보호작업장이나 장애인 특별 채용 등에 대한 이야기.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자조 능력등을 묻는다는 이야기는 두 가지의 생각을 들게 했다.
첫 번째는 DH는 지금과 다름없는 여전히 남의 손이 필요한 아이일 수 있다는 체념,
두 번째는 DH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일 뿐 어느 아이들은 사회 어딘가 숨어서 보이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희망.
나는 만나 본 적 없지만 SNS를 보면 '자폐완치'에 대한 유혹의 접근들이 많다고 한다. 일단 모두 사기꾼들이다. 만약 그 정도의 발견이라면 아마 노벨상을 수상 했을 테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모를 리 없다. 난 아이가 어느 날 뾰로롱 하고 정상발달의 아이 모습으로 나타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궁금하고 희망하는 것은 자폐의 모습들이 감춰지고 혹은 사회에서 용인되는 부분에 들어가는 경우다. 어느 책에 선가는 그것을 '마스킹'이라고 한다고 했다. 나의 아이는 '마스킹'이 될 것인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마스킹'이 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려움은 무엇인가? 내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고 많은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의 부모가 희망하는 부분일 것이다.
DH는 세브란스 천근아 교수님의 진료를 받는다. 자폐계(?)의 거장이신 분. 수많은 아이들과 케이스를 마주하셨으리라. 하지만 교수님은 단 한 번도 진료실에서 예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이가 자라는 역량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리라. 다만 그녀가 출연한 '자폐의 예후'에 관한 동영상에서 중요한 시그널 4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요즘 중요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1. 최소 48개월 이전에 언어가 일찍 트이는 경우
2. 적어도 IQ가 70 이상이 되는 경우
3. 부모가 검증된 치료를 계속 멈추지 않고 하는 경우
4. 가정환경적인 요소.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빠질 수 있는 요소가 제거된다.)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 아이의 예후가 좋다는 그녀의 말에 한편으로는 체념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를 더욱 채근하게 됐다. 1,2는 이미 정해져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3,4는 내가 어느 정도 채워주지 않으면 1,2가 무너지는 경우다.
어제는 남편과 사회성치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 DH의 사회성 수업 피드백을 들으면 1년 전과 별반 다른 거 같지가 않아" 남편이 말했다.
"그런 거 같아.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더라도 무너지지 말라고 붓는 거 아니겠어?" 나는 나를 채근하는 말을 그렇게 덧붙였다.
구멍이 조금 있어도, 새어나가는 물이 있어도 아이 그 모습 그대로 그릇으로 남아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앞서 언급한 '마스킹'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예후도 결국 그런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