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세상에 남겨지기를 바란다.
[당신이 세상에 남겨지기를 바란다]
CHAPTER 0. 서문
태양씨에게 사죄하며, 이 책의 시작을 연다.
재작년, 태양 씨는 국립현대미술관 보수공사를 끝낸 뒤, 한 전시관에 6시간 내내 앉아 있었다.
“고독사 현장 특수청소,,,,,,이런 것도 있구만… 흔적 없이 살 수는 없다는건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에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특히, 본인 같은 40대~50대 남성의 고독사가 가장 많다는 문장을 다시 듣기 위해 계속 기다렸다.
홀로 살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하고 방황했던 태양 씨는 가끔씩 어머니의 흔적을 치우며 지냈다. 영양이 부족한 나머지,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 진단받은 노인의 세월에 비해 짐이 너무 많았다. 죽고 몸이 없어진 어머니지만, 그녀의 흔적은 아직 세상에 너무 많았다. 이가 다 깨진 찻잔, 끝부분이 황색으로 변한 손수건천 등 그 흔적을 치우며 태양 씨는 쓸모없음에 환멸을 느껴가고 있었다.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일상은 그냥 흘러갔다. 이제 일이 생기면 카톡으로 연락을 준다는 사장의 말에 태양씨는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란 걸 사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곤 오랜만에 누워 신나게 깔깔댔다. 흐르지 않는 시간이 끔찍하기만 한 그에게 최고의 놀이였다. 영상보다도 댓글 보기를 좋아했던 그의 눈에 언젠가부터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영상입니다.’ 댓글이 눈에 띄었다.
“에이 뭐야.. 차라리 1빠라고 해라. 알고리즘이 뭐야?”
<알고리즘 :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는 규칙의 집합>
가장 먼저 떠오른건, 어머니의 짐이었다. 정신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가득한 어머니의 짐들이 있었다.
“알고리즘? 웃기고 앉았네.”
내 정보가 죽어도 떠돌아다니며 흔적이 된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 내 인생을 들여다본다고?"
그렇게 곧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빠르게 그를 스캔해 ‘밥 안 해먹는 50대 혼자남’이라 명명하고 판매멘트를 출력하는 햄 코너 아주머니가 본인을 기억할까봐 나가지도 않았다. 인터넷에도 절대 로그인하지 않았고, 점차 세상에서 로그아웃하면서 고립되어 갔다.
“마포구에서 46세 남자의 시체가 고독사한 지 27일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현장을 처음 발견했고, 그의 옆에서 유서 또한 발견했다. 아픔이 극에 달했을 때, 이 편지를 남긴다며, 사실은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 요청은 그가 죽은지 27일이 지났을 때 이루어졌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내야 했는지 위 사연 전의 일들은 우리도 모른다. 그가 기록하지 않아서, 늘 사회에서 몸을 빼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가? 아니, 우리는 관심이 없었다. 태양 씨는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태양씨의 유서를 시작으로 우리는 그 알고리즘을 넓혀 어려운 계층 성인이 감내한 사회를 추적해가며 이 책 [당신이 세상에 남겨지기를 바란다.] 을 썼다. 조용히 견뎌내고 있을 수많은 태양 씨에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