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그때가 좋았지?
한때 마트는 전성시대였다. 할인에 행사에 주차 편리에 각종 혜택, 시식 등 온갖 유인책이 다 성공했다. 원 플러스 원은 마트의 전매특허였고 판매자도 소비자도 윈윈 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과연 지금도 그런가?
모처럼 주말 저녁에 장을 보러 마트에 나갔다. 주차장이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다. 텅 비었다. 마트 안에도 사람이 거의 없다. 오만가지 할인행사가 판을 치는데 사람이 없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것에 대형 마트도 포함된다. 인터넷, 모바일로 주문하면 뭐든 당일배송, 새벽배송 되는 시대에 마트는 온라인과 가격 경쟁력이 잽도 안된다.
뭐든 마트가 다 비싸다. 배송비나 각종 비용을 감안해도 온라인은 뿌려대는 쿠폰과 혜택에 무조건 마트를 이긴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리는 격으로 휴일 의무휴업도 아직 못 없앴다. 쉬는 일요일마다 기회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술을 인터넷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한 것이 마트로서는 신의 한 수다. 많은 사람들이 맥주와 소주 사러 '할 수 없이' 마트에 간다. 왜? 이 술들은 국민 술이고 이 술들은 인터넷에서 안 파니까. 살 수 없으니까.
마트도 변해야 한다. 마트 잘못이 크다. 왜 코스트코는 지금도 바글바글하고 새로운 지점이 더 생기는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문 닫는 곳이 늘어나나? 단적인 예로 생수를 들어 코스트코에서 커클랜드 생수를 가성비 최고에 흐뭇하게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회원권이 없는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그러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발 빠르게 한국적으로 벤치마킹하여 2리터 6개들이 2천 원의 혁명을 이루어냈다. 광고 아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최고의 가성비다. 그러나 동네 이마트, 홈플러스에는 2천 원 물이 없다. 이유야 많겠지만 오직 물을 사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갔다가 빵도 주워오고 맥주도 쟁여놓는 단순 무식한 나 같은 수많은 소비자에게 물을 먹이는 셈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수는 온라인으로 잘 사지 않는다. 가격과 별 상관없이 가장 큰 이유는 택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 한 때 공감을 얻은 이야기로 쌀과 생수는 택배기사에겐 지옥이다. 당연히 그럴 것 같다. 쌀포대나 생수를 아파트 몇 층인 집 앞에 두고 가라는 건 가히 갑질 수준이다. 그 무거운 걸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내려서 두고 나오면 누구라도 한겨울에도 땀에 젖을 것이다.
그래서 쌀과 생수는 솔직히 번거롭지만 마트를 이용한다. 나 같은 사람이 꽤나 많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트레이더스만 가면 거대한 카트에 생수만 한가득 싣고 오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그 가성비 극강의 생수가 이마트와 홈플러스에는 없다. 홈플러스에 한때 착한 생수가 2천 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있었는데 조용히 사라져서 지금은 3천 원대다. 이윤이 남지 않았겠지 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좋은 미끼였는데 그것을 포기하다니 어리석다 싶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서 제주 화산 암반수를 즐기기도 하지만 나 같이 '싼 물'에 즐거워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 않은가? 그 물이 그 물이지 뭐.
그래서 홈플에 가면 생수는 안 사고 과자 몇 개, 요구르트 몇 개와 맥주만 사온 지가 꽤 된다. 그러니까 나 같은 소비자가 늘면 마트는 돈을 만지기 힘들어질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요즘 주변에 나 같은 쫌생이가 많다.
가전도, 옷도 큰돈 드는 소비는 거의다 온라인을 믿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건조기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온라인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로 제습기, 대형 TV 전부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렸다. 10여 년 전에는 전부 이마트에서 샀었는데.
이제 마지막 보루다. 만약 술이 온라인에서 풀리면 감히 단언하건대 마트의 종말이다. 물론 생수를 택배 기사가 무겁지 않게 운반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그게 먼저겠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