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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중 Oct 14. 2020

제멋대로 하는 독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아동 인권 

  아동의 권리,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려운 묘한 부분이 있는 개념이다. 세계 아동 협약 등에 따라 잘 먹이고 보호하며 일을 무리하게 시키지 말고 공부하게 도와주는 것이 아동 권리의 기본적 보장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고 더욱 적극적인 아동 권리의 보장은 무엇이며 어디까지의 범위일까.


  여기 그 고민을 조금 더 복잡하게 해 줄, 답을 주지 않고 질문만 더 던지는 괘씸한 책이 하나 있다. 아동의 권리, 양심, 아동 보호, 인권 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며 발칙한 생각을 담은 이야기다.

  매일 매를 맞는 아이를 통해 정당한 훈육과 상식적인 선의 체벌,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감, 의무와 권리에 대하여 다양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단순한 성장소설로 보기에는 아이가 당하는 폭력의 수위가 너무 강해 안타깝다가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너무 지나친 악동이라 폭력에 동정이 가기도 하는 논란의 작품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선진화된 민주 국가는 인권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고 또한 매우 중요시한다. 아동의 인권은 더 말할 것도 없으며 성인의 인권보다 훨씬 앞에 있다. 논란이 있더라도 학생 조례가 통과되며 예전에는 당연시되었던 학교의 이른바 금지 일변도의 학칙은 점차 무력화되고 있다. 두발자유, 교복 자율, 통신자유, 연애 자유, 사상자유, 정치 참여의 자유까지 요즘 갈수록 더 풀려나고 있어 아찔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인권일까, 아동 인권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거칠고 투박한 자전적 성장 소설이 세계 명작의 반열에 올라선 보기 드문 작품이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실업자 가정의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통해 부조리와 불합리가 만연하지만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적당한 판타지와 급작스런 사건 전환 등 다이내믹하고 리드미컬한 구조는 문학의 역동성을 다 갖추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사건 전개는 독자를 빠져들게 만들며 생각을 계속하게 만든다.


  가슴속에 있는 노래하는 작은 새, 노래를 주는 사람, 생각을 읽고 말하는 나무 등 아름답고 환상적인 상상은 순수하고 감상적인 아이의 풍부한 감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제제의 지나친 장난기와 오해가 거듭되는 상황에서의 일방적 가해자 지목은 찬반에 대한 풍부한 고민을 낳는다.


  성장 과정의 밤바다 여행과 엄마의 거울 상징 앞에서 노현자의 위치가 매우 적극적인 수준까지 개입한 독특한 인물 구조는 장난기와 순진한 욕심으로만 읽히던 제제의 속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그냥 장난꾸러기 악동이 아니라 가장 착하고 양심적이며 순수하고 감성이 풍부한 아이의 진면목은 오직 포르투가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포르투가를 잃고 나서 제제는 모든 것을 다 잃은 상실감으로 열병을 앓고, 영혼의 친구인 밍기뉴까지 버리게 되었다.



  실업자인 아버지의 세상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담은 무자비한 폭력을 한 번의 저항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형제로부터 불합리한 무시와 냉대를 받고, 부조리하고 잔인한 세상 때문에 악마로 낙인찍힌 독특하고 순수한 소년은 라임오렌지나무와 대화를 하며 마음을 열고 노래를 주는 사람을 만나 감성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나이 든 현명한 친구를 만나 삶의 보람과 희망을 얻게 된다. 아이에게 성장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시각을 조금 바꿔서 제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행복한 환경에서 제제를 생각하는 오늘날 학생들의 넘치는 인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너무 지나친 인권 타령에 물든 당당한 어미닭의 횡포로 인해 오히려 극도로 약하고 신경질적인 병아리를 만들게 된 것은 아닐까. 인권, 도대체 어디까지가 적절한 수준일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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