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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 Dec 24. 2021

아마추어지만 쫌 합니다.

악기를 한번 배워봐야겠어!(색소폰을 배우게 된 계기)

악기를 한번 배워봐야겠어!

 40이 되기 전에 악기를 한번 배워보자는 마음을 먹고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년 정도만 배우면 어느정도 실력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벌써 4년을 넘게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초보 티는 벗어난 것 같지만 아직 프로 연주자의 실력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색소폰에 관련된 글들은 대부분 프로연주자들이 남기신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저처럼 초보부터 시작한 사람이 색소폰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면 색소폰이나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주저하고 계신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색소폰을 배우게 된 계기 -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었다.'>


 2017년 어느날 TV를 보는데 유명가수 몇명이 유럽의 도시에서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의 탑 가수들이 외국의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이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것이라 믿기지 않았지만 길거리에서 진짜 순수하게 노래를 하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는데 그게 너무 멋있게 보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버스킹을 한번 해보고싶다!'


 노래를 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루는 악기도 없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아무래도 스스로의 음악적 재능을 알고 있기에 노래를 하는 것 보다는 악기를 배우는 것이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악기를 배우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마침 그 때 한 여성에게 호감은 느끼고 있었으나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글에서 그런 것 고민할 시간에 기타를 배우든 그림을 배우든 뭔가 자기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것에 우선 노력 해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무조건 악기를 배우기로 다짐을 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악기를 배울 것인지가 중요한데 후보군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첫째,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악기면 좋겠다. 1순위로 피아노, 기타를 떠올리긴 했는데 피아노, 기타는 노래를 같이 해야 멋있는 악기라서 제외를 했다. 고수들도 워낙 많아서 왠만한 실력이 아니고서는 남들 앞에서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 현악기들은 모두 제외.

 둘째, 솔로로 연주가 가능한 악기면 좋겠다. 다음으로 드럼을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드럼학원을 6개월 다닌 적이 있어서 다시 배우기 좋을 것 같았지만 드럼은 솔로 보다는 밴드에서 합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쉽지만 제외 했다. 타악기들도 제외.

 셋째, 클래식 곡을 연주해도 좋을 악기를 배우고 싶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몇몇 곡들은 직접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클래식 곡도 소화할 수 있는 악기를 배우고 싶었다.



 이 세가지 조건을 고려해보면 결국 관악기를 배우면 될 것 같았다. 접근 가능한 악기를 생각해보니 트럼펫, 플룻과 클라리넷, 리코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색소폰이 떠올랐다. 트럼펫은 볼륨이 너무 크고 오케스트라 활동에 어울릴 것 같고, 리코더는 워낙 익숙한 악기이기는 했으나 솔로보다는 여러 파트가 모여서 합주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제외를 했다. 플룻과 클라리넷이 감미로운 음색이라 좋아서 괜찮았는데 결정적으로 플룻과 클라리넷은 전공이 아니라면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에 반면 색소폰은 포털사이트 지도 서비스에 '색소폰'으로 검색해보면 집 주변으로 여러군데가 있어서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색소폰으로 결정하기 전 마지막으로 내 기억속에 있는 색소폰에 대한 이미지들을 떠올려 보았다.  


 1. 중학교 1학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드라마에서 차인표가 색소폰을 연주하자 신애라가 차인표를 다르게 보기 시작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이 때가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처음 알게된 계기였던 것 같다.

2. 중학생 때 예배시간에 외부 초청강사님의 간증이 있었는데 그 분이 간증에 앞서서 전자 색소폰을 연주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그 곡의 느낌이 너무 와 닿았던 기억이 있었다. '저 장미 꽃 위에 이슬'을 연주하셨는데 어찌나 구슬프게 연주하셨는지 그 느낌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다.

3. 사관학교 시절 합주반 친구들 중에서 색소폰을 배우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게 너무 멋있었다. 그런데 악기가 당시 내 형편엔 너무 비싸게 느껴져서 배울 수가 없었다.

4. 중고등학교 때 '케니 지'가 인기를 끌었었고 여러 명곡들을 연주했었는데 '케니 지'의 감미로운 연주가 생각이 났다.


 이 정도면 색소폰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정도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색소폰 연주가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얼마나 듣기 좋은지 유튜브로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유튜브에서 '색소폰'을 검색하니 참 많은 연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평소 좋아하던 곡들을 콕 집어서 검색해봤는데 다양한 버전의 곡들이 있었고 색소폰으로 버스킹하는 영상들도 많아서 내가 목표로 했던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졌다.


그래 그러면 '색소폰을 배워보자!'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선택하고 나니까 이제는 배울만한 학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색소폰 학원을 검색하니 수십개가 나왔다. 집 주변에 있는 학원부터 검색하다보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이성은 색소폰학원'이라는 상호명이 눈에 띄었다. 보통의 다른 학원들과 다르게 본인의 이름을 내세우는 곳이어서 눈에 띄었는데 자기의 이름을 내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인 것 같았다. 좀 더 검색을 해보고 싶어서 '이성은 색소폰학원'을 검색하니 네이버에 카페가 있어서 카페를 들어가보았다. 게시된 글은 많지 않았지만 원장님의 연주 영상과 학원생들의 연주를 몇개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에서 '이성은', '색소폰'을 검색해보니 원장님이 직접 연주한 영상들이 여러개 있었다. 여러가지 영상들 중에서 평소 좋아했던 곡이 있어서 들어보니 와!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듣기가 좋았다. '색소폰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이 학원에서 배우면 뭔가 내가 원하는 장르의 음악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학원을 밤10시까지 하는데 직장인으로서 퇴근시간에 쫓기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것이었다.


 궁금한 것이 많아서 직접 전화로 문의하는게 나을 것 같아 전화를 드렸다. 전화로 수업료, 레슨방법, 악기선택 등을 대략적으로 상담을 받고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제일 많이 했던 고민은 '비싼 돈을 주고 악기를 구매할텐데 과연 내가 언제까지 포기하지 않고 학원을 갈 자신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며칠동안 고민을 해보아도 결국 답은 '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 두렵기는 하지만 시작해보지도 않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동전을 던저서 앞이 나올 확율이 50%지만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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