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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펭귄 Dec 12. 2022

고슴도치의 딜레마

홍보+人 12.  땀과 눈물,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 밤, 작은 동굴에 고슴도치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들은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다른 고슴도치의 체온이 필요했습니다. 고슴도치들은 동료의 체온을 느끼기 위해 가까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느끼게 된 순간 고슴도치들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고 맙니다. 고슴도치들은 할 수 없이 다시 멀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체온으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겨울 밤의 날씨는 너무 추웠습니다. 다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보지만 또다시 가시에 찔려 상처만 입란습니다. 고슴도치들은 모였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동굴 속 고슴도치들은 다음 날 아침 추위에 얼어 죽거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고 죽은 채 발견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쓴 고슴도치 우화입니다.

사진출처 : 특별한 동물가게


심리학 용어 중에 고슴도치 우화에서 나온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슴도치 딜레마에서 고슴도치들은 모였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다 적당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며, 인간들도 상처를 주지 않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예의를 발견했다고 설명합니다. 상대가 인정한 거리를 넘어서는 순간 거친 말과 거친 행동이라는 가시에 찔릴 수 있습니다. 예의는 상대의 가시에 상처입지 않고 적당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추운 겨울 밤 고슴도치의 상황은 복잡한 관계 속에 있는 인간들과 닮았습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홍보인과 언론인의 상황과 닮았습니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지만 무턱대고 다가 갔다가 가시에 찔리고 상처를 입습니다. 멀어질 수도 없습니다. 홍보는 언론이 있어야 기업과 조직이 퍼블리시티(보도)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언론은 홍보인이 있어야 취재 도움을 받고, 광고(혹은 협찬)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

멀어지기 보다 가까워 져라!


과거에는 홍보와 언론의 관계를 설명할 때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져도 안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관계가 그렇듯이 서로가 호의를 느끼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서로의 기준과 사고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홍보인과 언론인의 관계는 작은 실수와 오해가 커지는 순간 친밀했던 만큼 서로에게 가시가 되어 위기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홍보인과 언론인의 적절한 거리는 어떤 것일까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그 적절한 거리도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홍보인과 언론인의 적절한 관계를 묻는다면 저는 홍보인과 언론인은 거리감을 느끼기 보다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낫다고 말해줄 것입니다.

홍보인은 친분을 나누는 언론인이 많을 수록 좋습니다.


홍보인과 언론인이 친밀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따로 잇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가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듯이 친한 언론인도 작위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태도와 성격에 반해서 친해질 수도 있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친해질 수도 있고, 같은 취미활동을 하며 친해질 수도 있습니다. 언론인과 홍보인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다 보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친한관계일 수록 편하게 서로를 대하지만 언론과 홍보라는 관계성은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세월호 사고'이후로 언론인을 비하하는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말로 수준낮은 기사를 쓰거나 확인조차 하지 않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지만 광범위하게 한국 기자들을 비하하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저는 이 '기레기'라는 말이 언론인뿐 아니라 홍보인들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홍보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레기라는 말이 사라져야 합니다. 기레기로 비하당하는 언론인을 상대하는 한 홍보인의 가치도 평가절하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인이 공익과 정의의 편에 서서 진실과 사실을 추적하고 규명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하게 된다면 기레기라는 말도 사라질 것입니다. 언론이 바로 서는데 홍보인도 홍보인의 윤리를 지키며 활동해야 합니다


고슴도치들은 가시에 찔리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방법을 찾았다고 합니다. 바로 가시가 없는 머리 부위를 맞대는 것이죠. 최근 홍보인과 언론인의 관계를 보면 추위를 피하고 싶은 고슴도치 딜레마를 떠오르게 합니다. 도슴도치가 상대의 체온을 느끼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방법을 찾았듯이 홍보인과 언론인도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상대의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혼자만의 체온으로 매서운 추위를 고슴도치가 되기 보다는 상대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찾기위해 도전하는 고슴도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머리를 맞대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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