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지친 건 우리 부부만이 아니었다

북엇국

by 주토토

육아에 지친 건 우리 부부만이 아니었다. 포카는 일주일 사이에 부쩍 수척해졌다. 밤 사이 뜬 눈으로 마꼬를 지키느라 낮에 기절하고 말았다. 사람의 시선으로 포카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예전엔 산책을 다녀오면 꼬리를 흔들며 아내에게 갔는데 지금은 아기 침대로 뛰어간다. 요즘 포카에겐 마꼬의 안녕이 최고 관심사인 것 같다.

만일 마꼬가 너무 잠자코 잠을 자고 있으면 숨을 쉬는지 다가가 조용히 확인하고, 마꼬가 잠에서 깨서 혼자 울고 있으면 나와 아내를 찾아와 닦달하듯 작금의 사태를 알린다.


‘언니 오빠,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아이가 울잖아!’


이런 포카의 반응에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면 나이 지긋한 몇몇 분들이 축하와 함께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포카는...?”


말줄임표가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 딴에는 아이를 위한다고 하는 말이었겠지만 나는 속상했다. 사람이 동물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곤란한 상황이 되면 동물을 치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눈에 선하게 읽혔다. 되묻고 싶었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둘째가 태어난다고 첫째를 버리겠는가.

물론 그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나도 잘 안다. 나 역시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반려견 훈련사들은 조언한다. 한 공간에 신생아와 반려견 단 둘이서만 둬서는 안 된다고. 포카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이것은 포카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지 않고, 안일하게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되었다. 아이의 ‘안전’에 도박을 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니까.

언젠가 한번 육아를 하며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아내와 상의했다. 우리 부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포카와 마꼬의 신체적, 심리적 안전을 꼽았다. 누구도 다쳐선 안 된다. 누구도 소외되어선 안 된다.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첫 번째는 주양육자의 교체였다. 포카의 주양육자였던 아내가 앞으로 포카를 돌보는 건 어렵다고 보았다. 만삭일 때도 그렇고, 산후조리가 필요한 산욕기에도 아내가 포카를 산책하기 위해 외출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출산예정일 3개월 전부터 내가 포카의 주양육자가 되었다.

두 번째는 포카와 마꼬가 서로에게 적응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었다. 마꼬의 육아로 포카가 소외되어선 안 되었다. 포카에겐 전과 다름없는 돌봄과 심리적 안정이 필요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길 거고 동생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내 혼자선 마꼬 육아만으로 벅찰 것 같았다. 나도 회사를 다니면서 할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내가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육아휴직을 한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첫번째는 무엇보다 포카를 지키는 것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우리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세 번째는 달랐다. 세 번째는 포카의 문제행동에 대한 훈육이었다. 포카는 정말 귀엽고 스마트한 강아지인데, 우리 부부가 잘 보살피지 못한 까닭에 몇몇 문제행동을 갖고 있었다. 보호자에 대한 분리불안, 산책 중 다른 개를 보면 짖는 과반응에 의한 공격성이 그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자료들도 찾아보았다. 만일 이 문제행동들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포카와 마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필사적이 되었다.

분리불안의 해결은 공간을 분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전까진 포카와 한 이불을 덮고 살았는데, 포카가 본인의 집에서 잘 수 있도록 ‘하우스’ 훈련을 반복적으로 했다. 마꼬의 침대 방에는 1.5미터의 철제문을 설치하여 단 둘이 있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물리적인 제한을 두었다. 놀랍게도 큰 효과가 있었다. 공간 분리만으로 포카의 분리불안이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산책 중 다른 개를 향해 짖는 공격성을 해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우선은 포카가 나보다 앞서 걷지 않게 리드 줄 컨트롤을 신경 썼다. 다른 개를 발견하면 잽싸게 그 자리를 피하거나, 간식으로 주의를 끌어 싸움이 나지 않도록 했다. 교육하고, 반복하고, 갖은 애를 썼음에도 또다시 짖고 한바탕 싸울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내 마음도 모르고 꼬리를 흔드는 포카가 어찌나 밉던지, 그러면서도 내 새끼라 귀엽고, 한편으론 내가 다 잘못한 것 같아서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곡절이 많았지만 지난 4개월 간 나는 꾸준히 포카를 훈육시켰다. 이제 포카도 누나가 되었으니 조금 더 의젓하고 매너 있는 강아지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준 것인지, 그 기간 동안 포카는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나 역시 포카와 함께 성장했다. 포카에게 내가 어떤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지, 마꼬에겐 아빠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반려견과 인간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것에 대해,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에 대해 하루하루 성실히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점점 포카와 마꼬의 관계가 좋아졌다. 둘은 서로에게 물들 듯 천천히 아주 자연스럽게 만났다. 저 작고 시끄러운 생명체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는 듯 하지만, 일주일이 되지 않아 포카는 확실히 마꼬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한 번은 울지 말라고 마꼬의 입술을 핥기도 했다. 놀라서 마꼬의 입술을 닦아주고, 대신 내가 포카와 뽀뽀했다.


그런 포카가 기특하고 안쓰러워 나는 북엇국을 끓였다. 강아지들 몸보신에 제일 좋다는 북엇국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따듯한 성질을 갖고 있어 과로해서 피곤하거나 몸이 허한 경우 좋다고 한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으며 소화를 돕고 체력 보강을 해줄뿐 아니라, 어혈을 제거하고 체내 불순물을 배출하는데도 효과가 있어서 산모에게도 좋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포카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마른 북어포를 미지근한 물에 30분 이상 넣어 짠 기운을 뺐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북어포를 달달 볶다가 쌀뜨물과 감자를 넣고 끓이면 되는데, 여기까지 만든 건 간이 없기 때문에 포카에게도 줄 수 있다.

포카에게 줄 분량을 건진 후에 간을 해줬다. 간장 한 숟가락으로 풍미를 내주고, 진짜 간은 새우젓으로 했다. 간을 하는 목적도 있지만 새우젓을 넣어주면 감칠맛을 낼 수 있어서 국물에 깊이가 생긴다. 다진 마늘로 국물의 비릿함을 잡아주고 휘휘 풀은 계란을 원을 그리며 국물에 넣어주면 끝이다. 아, 고추와 파를 마지막에 넣어줘서 향을 내주면 훨씬 좋다.

나와 아내도 맛있게 먹었지만 포카는 국물까지 다 먹고도 그릇을 몇 번이나 싹싹 핥았다. 그리도 좋으니? 물으니 포카가 더 달라고 그릇을 또 핥는 것이다. 내일 줄 것까지 몽땅 줬다. 내일 또 끓여주면 되니까.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북어포를 물에 불렸다가 참기름에 볶기 전에 꼭 물기를 쫙 빼셔야 해요. 물기를 빼지 않고 볶으면 뽀얀 국물이 안 나와요. 뭔가 묽은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왜 음식점에서 파는 것처럼 뽀얗게 안 되는지 몰라서 늘 아쉬웠는데, 어느 날 물기를 쫙 빼고 볶았더니 뽀얀 국물이 되더라고요. 정말 요리는 한 끗 차이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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