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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Jan 04. 2024

아직, 지나가는 중입니다.

허한 감정도... 마음도... 조금씩 사그라진다.

"언니, 나 너무 허전해... 당장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


직장을 퇴사한 지 이제 고작 열흘을 넘긴(전 직장동료)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둘이 있는 동생은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17년 다닌 회사를 퇴사하였다.


오전에 아이들 등교시켜주고 난 후 운동도 하고 개인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있지만 매일 규칙적이던 출근이라는 루틴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나 보다.


전 직장이자 첫회사를 퇴사를 한지 이제 1년 2개월  되어 가는 나는 일 년이 넘도록 후유증이 있었다.

아니, 아직도 가끔 꿈에선 전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죽일 놈의 첫사랑 같은 전 직장...)


퇴사선배로 조언이 필요했나 보다.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거든.  그거 생각보다 오래가더라고. 우리도 그런데 한 직장 쭉 다니다가 정년퇴임하시는 분들은 진짜 어떨까?..."


퇴사를 처음 해보고, 소속이 없어지다 보니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


매달 월급에서 따박따박 자동으로 나가던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부터 개별로 챙겨야 되고, 심지어 은행도 직장인이 아니니 내 돈이지만, 출금한도에 제한이 생겼다.

(백수긴 하지만, 내 돈인데 왜 맘대로 다 뽑질 못하니...)


일 년에 한 번 회사에서 챙겨주던 건강검진도 이제는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동생에게 챙겨야 할 부분에 대해 톡으로 정리해서 보내줬다.


이직한 현 직장이  직장과 같은 업종의 일을 일부 맡아하다 보니(본사에서 오랜 기간 운영 관리업무를 하다 대리점 운영업무를 하게 되어보니) 답답한 것이 너무 많았다.


본사와 소통이 안된다는 점이었다.


본사에 있을 때 내가 직접 쉽게 확인할 수 있던 부분도 화면의 권한으로 조회하여 볼 수 없고, 질문을 해도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 얼버무릴 뿐, 확실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알아보고 대답해 줄 생각조차 없이 모른다, 없다는 답변들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이건 전산실 누구에게 확인해 주시고, 여기서 조회해서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가이드를 해줄 수도 없고...)


물어보고 싶은 의지와 궁금증을 버리고, 이건 그냥 있어도 몰라야 하는 건가 보다 싶게 만든다.


물론, 정말 중요한 일처리 부분은 내부 오래된 직원들을 알고 있으니 이전업무 담당자를 찾아 확인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언제까지나 할 수도 없고...

(전 직장 장기근무자 찬스!!)


"헤이욥! 접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라고 시작해서 "요즘 어때요? 저 다시 입사할까요?"라고 숨겨두었던 넉살을 꺼내어 농담을 건넨다.


본사에 근무를 할 때 경력이 오래된 대리점 직원분이 나만 찾아 전화를 하여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심지어 내가 휴가를 가서 없는 날엔 출근 후에 질문을 했다.

아니 이걸 왜 굳이... 나를 찾아가며 물을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다들 모른다 그냥 안된다고 하고 답답해서라고 했다.


그게 어떤 심정이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지금 이런 기분이었구나!


어느 작가님이 오래 해야 잘할 수 있다고 한 글을 봤었는데... 이 일이야 말로 정말 오래 해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너무 오래 한 일이라 지긋지긋하고 넌더리가 난다 생각했는데 막상 쉬다 다시 살짝 업무 맛만 보니 감질맛이 난다. 


하아... 본사에서 일하고 싶다.


(쓰다 보니 또 주저리주저리 저의 넋두리가 되었지만, 청룡해를 맞아 모든 취준생님, 이직러님, 직장인분들 모두 모두 힘껏 날아오를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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