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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회사원H Mar 23. 2022

19.퇴사를 부러워하는 마음.

그들은 떠났고, 나는 남았다.

월요일 아침 조직개편 몇 달 전까지 같은 실이었던 주임이 나를 찾아왔다.

" 이직하게 되었어요. "

"갑자기?"

"네. 지난주 금요일에 면접보고 왔는데, 거기도 급하게 사람이 필요한 곳이라  바로 출근하기로 했어요. 먼저,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잠깐만,  알아보고 결정한 거지? 생각 더 안 해봐도 되는 거야?"

"네. 최대한 빨리 인수인계하고 떠나고 싶어요."

그동안, 함께 일과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런각을 재고 있었던 터라 생각보다 빨랐을 뿐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다.


요즘 친구들은 무조건 참으면서 다니진 않으니까.

 좋은 환경을 찾아서들 나가는 거겠지.

질릴 대로 질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퇴사에도 매너가 있어.

                   한 달도 아니고 기간이 너무 짧잖아.

                                      건 매너야.

                 매너가 너무 없고, 나는 빈정 상했어.

                 매뉴얼 주고, 인수인계나 잘하고 나가.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은 그 아이가 실장님께 퇴사에 대해  말씀드리고 나서 들은 얘기란다.


왜 떠나려고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없어도 회사에서 그 일을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회사를 다니며, 입사자와 퇴사자를 많이 보아왔고 그때마다 퇴사자들이 부러웠다.




누군가 이직을 하고 나면 남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한 번씩은 하는 얘기가 있다.


"걔는 왜 일을 이렇게 처리해놓고 간 거야?"

"회사 다니면서 그동안 뭘 한 거야?"


일이 꼬이면 나간 사람 탓을 한다.

나간 사람은 말이 없고, 변명할 기회조차 없다.


평소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던 사람이건 아니건 퇴사한 후 모두 들어본 이야기다.


왜 사람이 난 자리에는 그 사람이 잘해놓은 일 보단, 항상 실수와 흠만 남는 것인지...


그 사람이 한 일이 아닌 것까지 싸잡아서 욕을 먹게 되는 상황도 종종 보아왔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인상 깊은 퇴사자들도 많았다.

  

1. 입사한 첫날 옷과 가방을 두고 그대로 간 사람.

(회사에 물건들을 택배를 불러 집으로~~~)


2. 갑자기 울면서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돌봐드려야 돼서 직장을 못 다닌다는 사람.

(카톡 친추한 사이라 프사를 봤는데 퇴사 후 행복해 보이더라.)


3. 조용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연락두절이 된 사람.

(내일이라도 다시 출근할 것 같은 자리...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사라짐.)


4. 잘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오지 않는 사람.

(오래 다니신 실장님이 그러시는 것도 보았고, 신입부터 은근히 있는 유형이다.)


5. 자리에 비번을 걸어놓고 가르쳐주지 않고 퇴사하는 사람.(특수한 프로그램이 설치된 PC에 그런 경우 이후 업무 담당자가 애를 먹는 타입)


벌써 입사한 지 18여 년 차 오래된 업무 서류들이 쌓인다.


시작은 가끔 발생하는 과거일들에 대한 히스토리나 이력을 찾기 위해 보관을(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를 보호하는 목적이 크다.)하다 보니 서류가 많이 쌓이기 시작하여 어느 순간부터는 버리기 시작하였다.


가끔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는 이런 내 성격을 알고는, 과거 메일이나 요청된 접수내역을 확인해줄 수 있냐는 문의가 있기도 했고...


오랫동안 한 회사에 근무하며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업무에 대한 매뉴얼부터 먼저 만들어 놓는다.


최대한 자세하게 눈과 손가락만 있으면 누구든지 맡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뉴얼에는 글로 적은 설명보단, 실무에서 보는 화면을 모두 캡처하여, 그림이 많은 편이다.


지금도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도 틈틈이 매뉴얼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언제든지 이 자리를 추노 할 수 있는 기회를 꿈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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