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구체적인 예약으로 들어가면서 불가능한 일정을 발견하다
숙소가 거의 잡혔다 싶으니, 보다 구체적인 도시 간/도시내 이동 교통수단을 살펴봐야 했다. 차 렌트 안 하고, 뚜벅이 하기로 했으니, 실제로 대중교통 이동이 가능해야만 한다. 우리가 결혼 축하연 이전에 예약해 놓은 것은 파리-베니스 간 비행기와 나폴리-팔레르모 밤배뿐이었다.
딱 한 번의 비행기
파리 베니스는 여러 고민 끝에 그냥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저가항공 비행기 가격이 기차보다 싸니, 편하게 항공 이동하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마음이 꼭 편한 것은 아니었다. 저가항공은 여러 가지로 악명이 높다. 수하물 분실이 빈번하고, 캔슬도 쉽게 되고, 모르는 사이에 바가지요금을 뒤집어쓰기 쉽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엘링 항공을 우선으로 고려했었다. 가격이 그게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수하물 분실로 정말 악명이 높았다. 잃어버려서 찾느라 한 달 넘게 걸렸다는 경우까지 정말 다양한 후기를 보니 정이 뚝 떨어졌다. 물론 모두가 짐을 분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빈도로 봤을 때 내가 피해 가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여행 초기인데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항공사들도 분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좀 덜한 것으로 찾다가 결국은 예전에 아픈 추억이 있는 이지젯으로 결정했다.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구매는 이지젯 자체 웹사이트에서 했다. 이번엔 파업하지 마세요.. 덜덜덜!
1시간 반만 이동하면 되니까 이번엔 업그레이드 안 하고 그냥 이코노미로 선택해보기로 했다. 남편이 복도 쪽으로 앉으면 된다고 했는데, 예약하고 보니 이지젯은 좌석 지정이 안 된다. 최소 €9를 내면 이코노미석으로 예약이 되고, 넓게 다리 좀 펴고 앉으려면 각각 €24를 얹으란다. 그래서 참아보기로...
그 외에 저가항공에서 주의해야 할 중요한 것은 수하물이다. 일단 기내 수하물이 한 개밖에 안된다. 캐리어와 핸드백을 동시에 가지고 갈 수 없다. 무조건 하나에 구겨 넣어야 한다. 그리고 캐리어 사이즈 규정이 엄격하다.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지젯은 최대 56x45x25cm였다.
공항 게이트 입구에 이 사이즈의 틀이 있어서 거기에 집어넣어 들어가야만 통과이다. 아니면 수하물 가격을 추가로 내고 부치는 수하물로 넣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처음부터 부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가격이 된다. 따라서 자신의 수하물 사이즈를 재 보고 알쏭달쏭하다 싶으면, 그냥 처음 티켓 구매 시부터 비용을 내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수하물을 넉넉하게 23kg로 신청하였다.
크루즈는 아니지만 비슷한 기분을 내볼까?
그다음 주요 이동수단은 나폴리에서 시칠리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비행기를 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비행기 수하물 부치는 스트레스랑 분실 걱정이랑 그런 거 없이 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결정한 것이 밤새 넘어가는 페리선을 타는 것이었다.
Direct Ferries라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선박이 뜨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Tirrenia를 선택해서 방 하나를 예약했다. 잠시 갈등했지만, 이왕 가는 거 돈을 좀 더 주고 바다 쪽 선실로 잡았다. 얼마나 침대가 불편할지, 얼마나 배가 흔들리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로맨틱했다.
그곳의 식사는 엄청 후지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냥 먹을 것을 미리 사서 배에 오르는 것으로 결정하고 식사는 구입하지 않았다. 슈퍼에서 맛있는 치즈와 와인을 사들고 들어온다면 이미 충분히 낭만적일 것 같다.
앗! 버스가 없다고?!
이렇게 두 가지 메인 교통수단은 결혼 축하연 전에 예약을 해놓았었고, 그것이 끝난 이후 나머지 디테일한 교통편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뭔가 상당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첫 번째 계획은, 파리에 도착하자마 일단 노르망디 쪽을 먼저 가서 구경을 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숙박은 르아브르(Le Havre)에서 2박, 베이유(Bayeux)에서 2박으로 생각했었다.
르아브르에서 에트르타(Etretat)를 버스로 다녀오고, 그다음에 옹플뢰르(Honfleur)와 도빌(Dauville)을 거쳐서 베이유 가서 숙박하면서 주노 비치(Juno Beach)를 방문하고 파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주 그럴듯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르아브르 체크아웃해서 옹플뢰르 구경하려면 짐가방은 어쩌지? 그곳에서는 짐 보관소가 없단다. 그걸 끌고 울퉁불퉁한 거리를 다니며 관광해야 하다니... 그러고 다시 도빌로 가서 다시 베이유로 가는 것도 너무 피곤할 거 같았다. 그래서 도빌은 빼는 걸로.
그런데 또한 베이유 숙박이 너무 비쌌다. 꼭 거기서 자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그리고 막상 거리는 가까워도 바로 주노 비치로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길에서 생고생인데! 그래서 숙소를 급 변경했다. 보타 교통이 편한 깡(Caen)으로.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았는데, 다시 정밀하게 알아보니, 깡에서 주노 비치 가는 버스도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단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래도 여기서 알았으니 망정이지, 거기서 그렇게 겪었으면 엄청 당황할 뻔했다. 남편이 다른 데는 몰라도 주노 비치는 꼭 가고 싶어 하는데, 없는 교통편을 어찌 하지? 그러면 차를 짧게라도 렌트할까? 그런데 검색해보니 깡은 차를 렌트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어쩌면 몇 대 안 되는 차가 이미 다 예약 완료일까? 베이유도 알아보고... 그러다가 거슬러서 르아브르까지 가보니 그곳에는 차가 있었다. 기차역 근처에 렌터카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판명.
익스피디아닷컴에서 찾아보니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렌터카 회사는 Avis가 있었고, 하루를 빌리는 것보다는 이틀이, 이틀보다는 사흘이 저렴했기에 3박 4일(4일로 계산됨)을 빌리기로 했다. 유럽은 렌터카가 대부분 수동기어고, 자동으로 빌리면 훨씬 비싸지기에 구식으로 면허 딴 우리 부부는 소싯적 수동운전 능력을 기억해내기로 했다. 그래서 일정이 급 변경되었다. 르아브르에서 빌려서 거기서 반납하는 거니까 베이유에는 묵을 필요가 없고, 막상 차 반납하고 르아브르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는 오후에 밖에 없어서 (어느새 많이 매진되어있었다!) 시간이 넉넉해진 바람에, 일정에서 포기했던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을 추가하게 되었다.
30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이 신비로운 성에 드디어 가보게 되는 걸까? 막상 가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이번 여행 계획에서도 루트가 안 나온다는 핑계를 대며 과감히 뺐었는데, 얼떨결에 이렇게 추가하게 되다니! 마음속에 간절함이 있었던 것일까? 결국 베이유의 이틀간의 숙박을 취소하고, 몽생미셸에서 하룻밤, 그리고 깡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결국은 노르망디에서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파리의 시간이 줄어들었고, 파리 일정 중 하루는 교외로 나가서 지베르니(Giverny)와 베르사유(Versailles)를 다녀올까 하던 것을 고이 접었다. 몽생미셸과 바꿔치기 한 셈인데, 만족스럽다.
결국 일정을 초기에 잘못 잡아서 당황하긴 했지만, 늦기 전에 정정할 수 있었고, 더 나은 일정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구체적 예약으로 들어갔다.
교통수단 선택을 도와주는 omio 앱이 도시 간의 이동수단인 버스, 기차, 비행기를 알려주는 반면, 도시 내에서의 이동까지 모두 섭렵하는 앱이 또 하나 있어서, 우리는 후반부부터는 이 앱 rome2 rio를 주로 이용했다. 컴퓨터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https://www.rome2rio.com/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이 앱은 간혹 업데이트되지 않은 정보도 있기 때문에 100% 믿으면 안 되지만, 그래도 도시 간 이동부터 세세한 시내 이동까지 모두 알려주므로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일단 이 앱에서 검색을 하고, 추천된 경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클릭하면, 직접 가서 예약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알려준다. 그러면 거기를 클릭해서 가서 예약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파리-르아브르 왕복 기차표를 Oui 사이트에서 예약했고, 베니스-로마 기차표는 Trenitalia 사이트에서 예매했으며, 로마-소렌토 버스는 Flixbus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었다.
프랑스 기차표를 끊을 때에는 좌석이 나란히 있는 곳인데도 번호가 떨어진 것처럼 되어있어서 당황을 했었고, 이탈리아 기차표는 둘이 하나의 표를 끊으면 할인이 된다거나 하는 종류의 여러 가지 표가 있어서 뭘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많이 난감해했었다. 플릭스 버스는 굳이 좌석을 예매하지 않아도 되지만 4시간이나 타고 가는데 앞에 풍경을 넉넉히 보면서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가 요금을 내고 앞자리로 선택을 했다.
하나하나 예매할 때마다, 이게 옳은 선택인가, 실수는 하지 않는가 계속 갈등하게 되는데, 그래도 하나씩 문턱을 넘어서면서 어깨에 있던 뭔가를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다. 차근차근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