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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13. 2019

4_3. Juno Beach에서 늦은 점심

바닷가를 둘러보고 노르망디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다.

우리는 서둘러서 베이유를 떠났다. 다음 코스인 주노 비치로 늦기 전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배도 몹시 고팠다. 그때가 이미 3시가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검색도 해보지 않은 베이유에서 모험적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봐 둔 해산물 전문 식당이 주노 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기도 했다. 우선은 차 안에 넣어두었던 너트류와 복숭아를 꺼내 먹으면서 부지런히 주노 비치로 갔다.



그래서 무조건 달려서 도착한 식당 메종블루(Maison Bleue, 푸른집)는 바다 안쪽 작은 호숫가에 있었다. 그다지 분위기가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야외 좌석도 있는 널찍한 식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외에도 좌석이 있길래 밖에 앉겠다고 했는데도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이상하다 했더니 안을 통해서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 구조였다. 안에도 좌석이 많았는데, 식사시간이 아니어서 가게 안은 한적했다.


하늘색 세팅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애플사이더 색상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애플 사이다부터 주문했고, 천천히 메뉴를 골랐다. 전부 해산물 메뉴였다.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주문도 풍요롭게 했다. 우선 노르망디에서 매일 챙겨 먹는 꼬마 홍합을 기본으로 시켰고, 굴 9개짜리 세트와 해산물 종합 접시를 함께 주문했다.


해산물종합세트에는 소라도 있었고, 통째 먹는 회색꼬마새우도 있었다. 음식은 모두 신선하고 맛있었다.
싹 다 먹고 흐뭇해하는 우리...


맛있게 배 두드리며 먹었지만, 그렇다고 자리에 앉아서 노닥거릴 수는 없었다. 오늘의 일정이 아직 안 끝났기 때문이다. 주노 비치는 기념관은 여기서 걸어갈 위치였지만, 주차된 차를 빼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부지런히 걸어갔다.



주노 비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캐나다 군인들이 들어온 곳이었는데, 미리 적군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모두 전멸했다는 사연을 가진 슬픈 곳이다. 남편은 어릴 때 부모님이 군복 입고 2차 대전에서 역할을 했던 기억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듯했다.


전쟁에는 여러 가지 명분이 있지만, 그 어느 명분도 정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가와 국가 간의 싸움이지만, 정작 싸움에 임하는 사람들은 싸우고 싶지 않은 일반인들이고, 한 사람이 죽는다고 그 사람만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너무나 어이없는 정치놀음이다. 


그래서 박물관에서는 군인들 뿐만 아니라, 관련된 가족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박물관을 나오니 입장권을 묶어 파는 놀이동산이 함께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전쟁기념관과 놀이동산을 같이 묶어서 표를 팔까 참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밖으로 나와서 바다를 보니, 바다는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 바다는 해수욕하기 좋은 완만한 해변일 뿐 다른 의미는 없어 보인다. 단지 우리의 마음속에만 복잡함이 남아있을 뿐...



그렇게 해변을 걷다가 오늘의 숙소인 깡(Caen)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우리가 이곳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단 하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었기에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갓 지은 건물로 최신식 상태를 과시했다. 마당엔 자동 잔디깎이가 돌아다니고, 집안 구조도 상당히 특이했다.(우리는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집 사진 한 장도 못 찍었다!) 이곳이 싼 이유는 단지 관광지가 전혀 아닌 데다가,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만일 차를 렌트하지 않았다면 절대 올 수 없는 그런 곳에 있었다.


단독주택이었는데, 주인이 위층에서 살고 아래층 전체를 세를 놓고 있었다. 우리가 저녁을 아직 안 먹었는데 가까운 곳에 슈퍼마켓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늘 일요일이라서 가까운 상점은 아무 데도 안 한다는 것이다! 헉! 그 생각은 못했네. 도착한 시각이 이미 8시 가까이 되어 갔기 때문에 식당에 새삼 가기도 그렇고, 점심을 거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좀 단출하게 먹고 싶기도 했다. 집주인 소피는 우리가 딱했는지 냉장고에 달걀도 있고, 시리얼도 있는데 뭐라도 먹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어차피 내일 아침도 먹어야 하니 번거로워도 더 늦기 전에 깡 시내에 있는 작은 까르푸 편의점에라도 가기로 했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 라끌레뜨 치즈도 좀 먹고 싶었으나 이곳에서도 실패. 그래도 욕심을 부리고 이것저것 사고 와인도 한 병 챙겨서 집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그간 머무는 동안 빨리를 하나도 못했기 때문에, 소피에게 부탁해서 세탁기도 사용, 빨래 완료하고, 그동안 나는 브런치 글 마무리하느라 결국 3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이거 신혼여행 와서 너무 빡센 거 아니야?


깨끗하고 현대식은 소피네 방


그렇게 3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고, 제발 내일은 아무 탈없이 잘 넘어가기를 다시금 기도한다. 내일은 결국 파리로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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