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Oct 24. 2021

이야기를 책으로 묶으면서....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사실은 이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였다.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그냥 여행으로만 끝내지 말고, 기록을 남겨 한 권의 책을 묶자는 야무진 꿈을 꿨었다. 그렇게 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나름 야심 차게 준비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여행을 준비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여행을 다니면서도 매일매일을 기록하여 글을 올리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여행 시작 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기행문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신혼여행을 떠났던 것이니, 신랑을 혼자 자라고 하고 앉아서 매일 늦게까지 밀린 여행기를 쓰는 신부는 옳지 않다는 결론이 스스로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매일의 기록을 포기하고, 최대한 서로를 즐기는 쪽으로 여행의 방향을 돌렸다. 기억들은 사진으로 담자고 생각했다. 필요에 따라서 짧은 메모들을 하였고, 급할 때에는 목소리 녹음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한 달이니 무척 길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여행은 날짜가 가면 갈수록 가속도가 붙었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아쉬워서 하루하루를 붙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잊기 전에 모든 것을 한 달 동안 기록해내겠다던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만, 그 꿈은 역시 일상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져 갔다. 


야금야금 기록하던 것들도 슬그머니 멈춰지고, 일상을 주워 담기 바빴기에 그렇게 잊혀 갔다. 2년이 흐른 지금, 지나간 기록을 다시 살펴보니, 코로나 발생 전에 이렇게 다녀온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고민하고 고민하는 내 성격대로 했으면 분명히 못 만들었을 신혼여행의 추억이 남편 덕에 이루어졌음에 너무나 감사하며, 다시 기록을 채워야겠다는 다짐의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처음 계획처럼 무리해서 전체를 책으로 한꺼번에 묶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일단 이미 거의 기록이 끝난 프랑스 편을 먼저 정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뒷부분으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프랑스 편만 모아도 30편 가까운 글이었으니, 더 쓰면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이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지난 글들을 쭉 다시 읽으면서 오타를 수정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다듬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금 여행을 즐기는 과정을 겪었다. 이 책에는, 약간의 정보와, 몇 가지 특별한 개인적 에피소드들, 그리고 우리만의 로맨스가 들어있다. 디테일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본다는 것보다는,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에서 권하는 20편 안쪽의 스토리가 아니고 그보다 길어졌지만, 그래서 책 한 권을 다 읽는 시간도 추천보다 길지만, 여행을 그렇게 짧게 끝내면 재미없지 않은가! 차라리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 부부와 같이 노르망디 바닷가를 천천히 걷고, 파리의 오랑쥬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을 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보자고 추천드린다.



※ 덧붙임


매 스토리 앞에 붙은 숫자들은 날짜인 셈이다. 출발 D-day 전에는 숫자 앞에 -를 붙여서 거꾸로 셈을 하였다. 여기는 편의상, 날짜가 아니라 단계를 나타낸 숫자였다. 그러나 8월 1일에 프랑스로 들어간 우리는 도착한 순간을 1일로 잡아서 숫자 1을 붙였다. 그 이후에, 하루에 한 편의 글만 쓴 날도 있었지만, 사건이 점점 많아지면서 하루치를 여러 편에 쪼개서 쓰느라 3_2, 3_3, 이런 식으로 복잡해져 버렸다. 그만큼 하루하루는 알차게 보내졌고 읽을 거리는 늘어났다! 그렇게 준비된 30편의 이야기를 함께 즐겨주시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