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카이트를 이용해 본 소감
렌터카 가격이 정말 올라도 너무 올랐다. 나는 딸아이 대학 가면서부터 미국 갈 때마다 차를 렌트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비싸지 않았다. 지금의 가격은 가히 상상이 불가능한 가격이 되고 말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나는 주로 알라모 렌터카를 이용했었는데, 일주일이면 대략 십만 원 정도면 가능했었다.
뉴욕 공항에서 빌려서 그걸 끌고 펜실베이니아로 갔다가, 로체스터 갔다가, 알바니 갔다가 빙빙 돌고 또 돌고 다니기를 참 많이 하였는데,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가려고 하면서 알라모를 검색했다가 기절할 뻔했다.
두 주일 체류기간 동안 빌리려 했더니 자그마치 백삼십만 원이 나왔다! 이거 실화인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피하면 그보다는 좀 싸게 구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쌌다.
허츠보다 한 단계 아래로 취급되던, 알라모, 내셔날, 엔터프라이즈 이런 회사들이 이제는 비싼 회사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변에서 권해준 것은 튜로(Turo)였다. 이것은 렌터카 계의 에어비앤비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차를 빌려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빌릴 수 있는 위치의 선택도 다양하고, 차종도 다양하다. 가격을 보니, 잠시 짧게 빌린다면 나름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리뷰를 잘 보고 고르면 괜찮겠지만, 운이 나쁘면 차의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회사에서 관리해 주는 차가 아니니까 차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럴 경우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타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반 렌터카보다 결코 싸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해당 위치에서 저렴한 것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보니, 한 이틀만 빌려도 백 불이 우습게 넘었다.
결국은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익스피디아에서 추천하는 카이트(Kyte) 차량에 관심을 기울여보기로 하였다.
가격비교로 뜨는데, 타 회사들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가격을 제시하는 회사였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몸을 사리게 되었다. 믿을만한 회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회사의 소재지를 알 수가 없었다.
보통 공항에서 빌리면, 공항 주차장 있는 근처나, 아니면 셔틀로 약간 떨어진 곳에 사무실이 있고, 거기서 차를 골라 주는데, 이 회사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알고 보니 차량 배달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되어서 사무실 자체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고 치면 쏘카 같은 그런 회사였다.
한국에서 쏘카를 몇 번 타봤지만, 막상 그렇게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고, 더구나 장기로 가면 오히려 일반 렌터카보다 비쌌는데, 이 회사는 장기 할인도 되고 해서 상당히 저렴했다.
내가 머무는 두 주일 중에서 첫 일주일은 차 없이 지내고, 남편이 합류하는 두 번째 주만 차를 빌리는 것으로 넣어봤더니 보다 저렴하게 230달러가량에 사용할 수가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내 예산 상으로는 비싼 것이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 회사에서 예약을 했다. 사용한 소감과 주의 사항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예약할 때, 시간과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것.
내가 분명히 원하는 시간을 맞게 넣고 검색을 하였는데, 예약을 하려는 순간 시간이 24시간 단위로 바뀌어 버린 것을 몰랐다. 19일 오전 11시에 빌리고, 25일 오후 7시에 반납하는 것으로 넣었는데, 예약하는 순간 오전 11시에 반납하는 것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메일에서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는 바람에 난처해지고 말았다. 반납시간을 변경하려고 했더니 추가 요금이 70불이 넘게 나오는 바람에 난처해지고 말았다.
이렇게 저렴한 회사들은, 아차 하는 순간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차를 픽업하는 시간이나 반납하는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지각에 해당되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 일반 렌터카들은 사무실에서 차를 내어주기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해서 픽업시간이 늦어져도 상관이 없지만, 이 회사는 차량 배달서비스이기 때문에 페널티가 훨씬 엄격하다.
약속시간에서 10분이 넘어가면 최대 30분까지 추가 요금이 $10 붙는다. 그리고 30분이 넘어가면 시간을 변경한 것으로 인정해서 변경비 $25가 추가로 붙으며, 거기에 변경요금이 얹어진다. 그러면 눈덩이처럼 비용이 불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좀 기다리더라도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편이 안전하다.
또한, 차량 픽업 시간에 따라서 요금이 제법 바뀌기도 한다. 처음에는 예약시간을 낮 12시로 했다가 11시로 바꿨더니 요금이 내려갔다. 아마 점심시간에 배달해야 하니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2. 그래도 공항 근처가 쌌다.
일단, 차는 공항에서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항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받는데, 샌프란시스코 전철인 바트를 타고 20분가량 가는 곳이 제일 가까웠다. 그래도 바로 전철역 앞이니 그렇게 어려운 위치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공항에서 벗어난 시내 어딘가, 또는 딸 아파트 근처에서 받아볼까 했는데, 의외로 공항 근처의 그 어중간한 위치가 가장 저렴했다.
차를 배달하는 사람은, 전동 킥보드를 갖고 다니며 차가 없을 때에는 그것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데, 공항 근처 픽업은 가장 흔한 위치이기 때문에 흔히 반납을 받아서 바로 차를 픽업으로 인도해 주는 일이 많은 것 같았다. 아마 그래서 공항 근처가 가장 저렴한 것 같다.
3. 주유를 못 하면, 정당한 기름값만 추가로 내면 된다고 한다.
렌터카를 반납할 때, 주유를 가득해야 하는 것이 때로는 스트레스가 된다. 근처에서 마땅한 주유소를 못 찾으면 반납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추가 요금 없이 정당한 기름값만을 청구하니 편하게 반납하라고 한다. 그러나 주유비를 비교해 보니,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의 가격을 적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적어도 전날 미리 주유해 두고, 당일날 약간 비게 되는 부분 정도는 추가요금으로 처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
4. 톨비는 자동 정산된다
예전에는 렌터카를 사용하면, 이지패스 같은 톨비를 내는 기계를 빌리면서 추가요금을 냈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번호판으로 요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이었다. 따라서 이 렌터카의 번호판은 이미 등록이 되어있어서, 톨을 지날 때마다 계산을 해서 자동으로 정산이 되었다. 이것은 진짜 편리했다.
5. 차량 사진은 찍어두는 게 좋다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은 차량을 그렇게 꼼꼼히 체크하지 않는다. 빌릴 때에도 사진을 찍기는 찍는데 대충 휘리릭 찍는 느낌이고, 반납할 때에도 대충 보는 척하고는 가라고 하는 편이었다. 이 회사의 경우는, 픽업할 때와 반납할 때 사진을 찍기는 했다.
물론 추가 흠집이나 사고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흠집이 있다면 미리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다. 만일 기름이 가득 차있지 않다면, 그 사진도 함께 찍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모든 렌터카 비용에는 보험료가 추가로 붙는데 이게 상당히 부담스럽다. 내 기억으로는 거의 차량 대여비만큼 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반 여행자 보험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차량용 보험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여행자를 위한 특별한 차량 보험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캐나다에서 비자 카드를 쓰는데, 특정 카드에는 차량 렌트 시 보험을 커버해 주는 혜택이 있다. 반드시 해당 카드로 차를 예약하여야 하며, 렌터카회사에서 권고하는 보험을 들면 안 된다는 조건만 지키면 따로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 운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떠나는 날 아침, 여유 있게 준비하다가 갑자기 변수가 생겨서 출발이 늦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길이 엄청나게 막히고, 막판에 길까지 잘못 드는 바람에 거의 30분 가까이 늦어버렸다.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그래서 추가요금을 10불을 물었는데, 더 늦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한 차량 대여였다. 차는 깨끗했고, 차량 픽업과 반납은 순조로웠다. 미국 내의 다른 지역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경험은 제법 괜찮았다. 아마 다른 곳을 방문하게 되더라도 다시 이 회사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