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으로 작업실 완료 축하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작업실 제작 관련 이야기는 작업 과정 동안 부지런히 쓴 후 시리즈로 묶어서 브런치북을 만들려고 생각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시간은 다 가고 작업실이 완성되었다.


사실 완성은 한국 다니러 가기 전에 다 되었지만, 그때는 어머니 편찮으신 문제로 내가 워낙 경황이 없어서 글을 올리거나 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돌아왔더니 남편은 방에 필요했던 페인트 터치업까지 해서 완전한 마무리를 지어 놓았다.


그리고, 노바스코샤에 사는 누님께서 축하 샴페인을 선물하셨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여름에 방문하셨던 누님은 진행 중이던 방을 보고 가셨는데, 그 방이 완성되었다고 우리와 함께 기뻐해주신 것이다.


실제 샴페인을 보내신 것은 아니고, 고급 샴페인을 구입할 수 있는 금일봉을 하사하셨으니, 우리는 그 핑계로 오픈룸 파티를 하기로 하였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우리는 주류 판매점에 가서, 평소에 쉽게 사지 않을 만한 비싼 샴페인을 과감히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걸 핑계로 옛 기억들을 더듬어서 작업실 제작 스토리를 적어 묶어보기로 했다.


이 방이 빈 방으로 있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우리가 방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때에는 이미 페인트까지 칠해놓은 상황이었고, 그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방의 가구를 설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이 지난 2월이었으니 정말 오래 걸렸다.


계획 세워놓고도 뭔가 머릿속에서 숙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그냥 그렇게 머릿속에 맴맴 돌리다가 방 측량 다시 하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초기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에는 남편이 허리가 삐끗해서 미뤄지기도 했고, 날이 풀리자 가드닝 하느라 바빴다. 여름이 되면서 샌프란시스코도 다녀왔고, 손님맞이도 여러 차례 했고, 링컨시티와 애슐랜드도 다녀왔으니 마무리까지 일도 참 많았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우리의 계획도 그러했다. 내가 처음 야심차게 세웠던 계획은 전면 개편되었고, 나무 구입도 추가로 필요해 손실도 발생했다. 사실 이케아 같은 곳에서 조립식 가구를 사서 설치한다면 훨씬 쉽고 빨랐을 테지만, 이렇게 우리의 방에 딱 맞는 가구가 탄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업실_018.jpg 샴페인을 올려놓고 기념샷


더구나 상당히 작은 사이즈의 방이었기 때문에, 가구가 따로 놀면 방은 그냥 창고처럼 답답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가구는 정말 방을 가장 크게 활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딱 맞게 제작되었다.


내가 원하는 높이의 재봉틀 테이블이 놓였고, 책장은 천정까지 벽의 한 면을 다 차지했다. 더 마음에 들 수 없을 만큼 나에게 완벽한 방이 탄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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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연재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전체 사진을 지금 올리면 김 빠질 듯하여, 디테일만 몇 군데 찍어봤다. 작은 공간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서 요모조모 틈새 공간들을 최대로 활용했기에 나의 처음 우려와 달리,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짐이 모두 들어갔다.


그러고도 가운데에는 요를 펴고 두 사람이 잘만한 공간이 나왔으니 이 정도면 완전한 성공이라 보인다. 장장 8개월에 걸친 긴 기간 동안 아내의 요구를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실현시켜 주려고 애쓴 남편에게 눈물 나게 감사하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마다 남편은, 나도 함께 페인트 칠을 하고 일을 하였으니 같이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을 돌려주지만, 이건 정말 남편이 아니었으면 완전히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까다로운 고객이었다.


그래서 이제 내가 방 안에서 뭔가 작업을 할 때마다, 남편은 흐뭇하다. 원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어서 작업이 편리하다고 말할 때마다 남편의 입이 귀에 걸린다. 나는 그래서 더 행복하다. 그가 나로 인해서 다시 행복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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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파티에서 남편이 말했다. 이 긴 제작 과정에서 내가 함께 가구를 칠하면서 참여해서 참 기뻤다고.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었고 같이 했다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비록 내 생각에는 내 참여가 미미했어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5년간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금 회상하며,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을 다시금 축하하고 감사했다.


샴페인은 아주 맛있었고, 식탁에서 시작된 파티는 작업실로 이동해서 마무리 지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모든 순간에 감사하면서...


작업실 완료를 축하하며 건배! 그리고 밀리지 않고 잘 연재를 끝낼 수 있기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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