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딱 좋은 시원한 토마토 수프
어느 여름날 갑자기 손님을 초대하게 되었다. 멀리 토론토에 사는 지인인데, 한국 가는 길에 밴쿠버 찍고 간다고...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가스파쵸 먹고 싶다던 남편, 명분이 확실해졌다. 가벼운 여름 손님 초대로 알록달록 예쁘면서 시원하니 이만한 것이 없지 않겠는가 싶었다.
가스파쵸(Gaspacho)는 차가운 토마토 수프다. 끓이지도 않으면서 수프라 부르기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시원하기 숟가락으로 떠먹으니 수프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여러 가지 야채와 토마토를 토마토 주스에 넣고 갈아먹는 방식으로 서빙되는데, 우리 집에서는 깍둑썰기 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남편이 계발한 음식은 아니고, 옛날 옛적에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America's Test Kitchen)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 나왔단다. 남편이 즐겨보던 프로그램이다.
손님 초대로 더 좋은 이유는, 전날 만들어 뒀다가 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님이 온다던 딱 그날 하루만 비가 왔다는 것. 이 동네는 비가 오면 갑자기 서늘해져서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그리 춥지는 않아서 무사히 가스파쵸 런치를 할 수 있었다.
요새 유튜브를 하니 이런 영상을 찍으면 좋기는 한데, 그렇다고 손님 왔는데 계속 카메라를 들이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쭈뼛거리다보니 별로 인증샷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손님이 영상 허용해 주셔서 유튜브에 짧은 장면이 추가되었다! (자세한 것은 하단에 영상 링크 참조)
가스파쵸 만들기
레시피의 기본은 깍둑썰기다. 모든 재료를 대략 0.7cm 정도의 크기로 깍둑 선다. 토마토, 양파, 빨간 피망, 오이를 모두 같은 크기로 썬다.
토마토는 비프스테이크 토마토를 추천하는데, 구하지 못한다면 로마 토마토도 괜찮다.
오이는 씨가 많다면 깎아내는 것이 깔끔하다
양파는 덜 맵고 달큼한 맛이 나는 스위트 어니언 종류가 좋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빨간 피망도 역시 깍둑썰기 해준다.
그러고 나서는 소금 간도 하고, 마늘도 넣고, 그리고 식초도 넣어준다. 맛있는 식초를 넣는 게 좋은데, 우리는 집에서 만든 와인 식초를 넣었다.
그리고 잘 섞어준 후, 5분 동안 휴지기를 둔다. 그동안 야채에서 즙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준비된 토마토 주스를 넣어주고, 얼음도 띄워준다. 그리고 최소 4시간, 아니면 하룻밤 재운다. 그러면 재료에서 즙이 더 나와서 풍미가 살아난다.
그리고 수프가 숙성되는 동안 크루톤을 만들어둔다. 가스파쵸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가 '적신 빵'이라는 뜻이다. 즉, 이 수프를 갈아서 만들든, 우리처럼 깍둑썰기 해서 만들든, 그 위에 빵을 띄우면 이름에 걸맞은 음식이 탄생되는 셈이다.
밀가루를 못 먹는 남편을 위해서 글루텐 프리 식빵으로 크루톤을 만들었다. 식빵을 적당히 썰어준 후, 마늘에 재 둔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오븐에서 15분 구웠다
다음날 접시에 예쁘게 담고, 위에 크루톤을 뿌려주면 완성이다
일단 시원해서 맛있고,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겨 먹을만한 여름 음식에 틀림없다. 차갑기만 한 음식은 사실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에 크루톤이 올라가니 그 차가움을 상쇄시켜 주는 것도 나는 좋다.
여름철, 불 앞에서 뭔가 조리하고 싶지 않다면, 이 음식을 강력 추천한다
7~8인분(1컵 = 240ml 기준)
수프 재료 :
잘 익은 비프스테이크 토마토 3개 정도 (썰어서 4컵 분량)
중간크기 오이 2개 정도 (썰어서 2컵 분량)
중간 크기 빨간 피망 2개 정도 (썰어서 2컵 분량)
스위트 어니언 (맵지 않은 종류의 양파) 1/2개 정도 (썰어서 1/2컵)
마늘 2쪽 다져서 준비
소금 2 작은술
식초 1/3컵
후추 약간
토마토 주스 5컵 (1250 ml)
핫소스 1 작은술 (옵션)
얼음 서너 조각
크루톤 만들기 :
큰 식빵 조각 3개,
올리브오일 2큰술
마늘 1쪽
소금 조금
1. 마늘을 다져서 올리브오일에 20분 재둔다
2. 식빵을 1.5cm 정도로 깍둑썰기해준다
3. 올리브오일에 체에 걸러서 빵에 뿌려주고 180에°C(350°F) 오븐에서 15분 정도 구워준다.
(중간에 두세 번 꺼내서 뒤적여준다)
수프 만들기 :
1. 토마토, 피망, 오이, 양파는 심지나 씨 빼고, 07cm 크기로 깍둑썰기 한다
2. 큰 볼에 토마토, 피망, 오이, 양파, 마늘, 소금, 식초, 후추를 넣고 섞어준다.
3. 5분 정도 즙이 우러나오게 기다려준다
4. 토마토 주스와 핫소스와 얼음을 넣고 섞어준다.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서 최소 4시간, 또는 하룻밤 숙성 시킨다
5. 먹기 전에 꺼내서 간을 보고 필요하면 소금간 해준다, 녹지 않은 얼음은 꺼내 버린다.
6. 차갑게 서빙하고, 취향에 따라 크루톤을 같이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급히 쓰느라 레시피만 간단히 적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에는 손님이 방문한 이야기 이외에, 여러 가지 여름 식사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가스파쵸의 상세한 과정 영상뿐만 아니라, 저희 집이 여름에 뭐 해 먹고 사는지 궁금하신 분들, 그냥 두런두런 들려드리는 저희의 일상을 구경하실 분들은 유튜브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