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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Mar 05. 2024

듄 2 재미있어요?

입가에 모래가 서걱서걱 씹히는 듯해요

고백합니다.


티모 샬라메를 좋아합니다. 서울에 듄 2를 홍보하러 , 구글에 리서치를 해서 서촌의 덴마크에디션이라는 카페에 아빠와 함께 방문한 그를 좋아합니다. 월드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해달라는 같이 사진을 찍자는 한국 팬들에게 수줍게 대응하며 다 받아주는 그의 행동에 다시 반했습니다.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지 노래까지 잘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영화 <웡카>도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듄 2는 어땠을까요?


결론을 얘기하면 생각보다는 기대보다는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티모시를 살라메를 좋아했던 제가 들었던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젠데이아 멋있다'였습니다.  유퀴즈에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 콜먼이 함께 나왔을 때만 해도, 젠데이아의 방송 태도가 좀 겉멋인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혼자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티모시샬라메가 엄마의 뜻에 따라 명약을 먹고, 눈빛이 변하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권력에 눈이 먼 눈빛을 장착한 순간 티모시 샬라메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진 것입니다.


제멋대로 살고 자기 하고 싶은데로 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젠데이아가 이제는 멋져 보입니다.


듄 2는 솔직히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사운드가 너무 크고 시끄러웠습니다. 무엇인가 박진감, 긴장감 넘치는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쯔아아아앙, 지 이이이 잉"하는 사운드가 고막을 찢어버릴 정도로 큰데, 스릴 넘치는 장면마다 반복되어 나오니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귀를 막아야만 했습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두 귀를 손으로 막아도 굉음은 굉장히 크게 들렸습니다. 특별하거나 인상 깊었던 OST 없이, 굉음을 계속 내보내는 듄 2에 솔직히 조금 질렸습니다.


잔인함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후계자 자리, 황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수십, 수백, 수천 명의 목숨이 너무 손쉽게 날아갑니다. 앞으로 다른 소국들과 전쟁을 선포한 이상 그런 잔인한 영상이 더 많아질 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후계자와 몸도 성치 못한 최후의 3인과의 전투 장면, 거기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광기 어린 장면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악당이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악당과 주인공이 싸우는 역할에서 어차피 주인공이 이기지만 그 과정에서 악당도 매력적이라면 가끔 악당을 응원하기도 합니다. 악당이 악당이 아닌 100% 악인으로 나오면 영화의 매력도도 그만큼 떨어집니다. 듄 2의 악당은 하코넨 남작입니다. 하지만 육중하다 못해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릴 것 같은 몸매에 머리카락 하나 없고, 인간미라는 하나 없는 하코넨 남작은 매력이라고는 정말 털 끝하나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 악당이 티모시 샬라메의 칼끝에 목숨을 잃게 되는 장면은 아슬아슬하거나 긴장감이 들기는커녕 '응당 그래야만 했다, 진작 그랬어야만 했다'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듄 1편의 악당으로 나왔던 모래괴물조차도, 듄 2편에서는 가장 빠른 이동수단으로 마치 모래가 심하게 날라니는 KTX처럼 이용되는 것을 보면 허탈한 마음마저 들게 합니다.




듄 1편에 이은 듄 2편의 성공에 힘입어 듄 3편이 제작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듄 2편에 실망한 티모시 샬라메의 팬으로서 듄 3편을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입니다.


그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와 견고한 세계관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답게 듄은 모래같이 부서지는 스토리가 아닌 바위처럼 단단한 이야기 구조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로써 만들어졌어도 원작 특유의 견고함을 잘 지켜냈습니다. 감독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종교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본격적으로 3편에서 쏟아낸다고 하니 그런 3편의 이야기가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전투장면은 팬으로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조금 거칠지만 개성 있는 티모시 샬라메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기도 하니, 듄 3편이 나오면 다시 극장을 찾아야겠습니다.

 

#듄 #듄2 #듄파트2 #티모시샬라메 #젠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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