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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Sep 11. 2020

바뀐 층간소음 게시문

다른 공고문으로 대체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층간소음과 관련된 게시문에 이런 내용이 담겨있었다.




층간 소음, 윗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 (수정)열심히 썼는데 좀 지웠다.


퇴근길에 다시 보니 게시글이 바뀐 게 아니었다. 이 게시글은 아예 고정이 돼 있었고 게시글 위로 새로운 공고문들이 쌓여 안 보였었나 보다. 다른 공고문들을 뺐는지 이 게시문이 다시 나타나 있었다. 충격.. 현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이 게시문과 아래 새로운 게시문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에 이 종이가 내려가고 다른 공고문으로 대체되었다.




생활 속의 층간소음 예방 팁


푹신한 슬리퍼를 신어 보세요.

어린이가 있는 집은 층간소음 방지매트를 설치해요.

늦은 밤과 이른 아침에는 세탁기와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아요.

가구에 소음방지 패드를 붙여요.

이벤트 소음은 이웃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보세요.

보복 소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요.

(6컷의 그림과 글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 위원회(관련 전화번호와 사이트 주소)




촬영해 놨던 사진을 찾아 적어봤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다른 입주민의 영향으로 바뀌었는지, 어떤 지침이 내려와서 바뀌었는지, 입주민이나 동대표 회의를 통해 바뀌었는지, 관리사무소에서 어떤 연유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메시지의 방향이 피해를 받는 아래층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려를 권장하는 걸로 변경되었다. 어떤 이유든 바뀌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비록 종이 한 장이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를 바라면서 위층은 이런 걸 볼까, 어떤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쉬지 않고 우리 집 천장을 두들겨 대는 위층에게 인터폰을 통해 연락하면 안 뛰었는데요, 자는데요, 가만히 있는데요, 앉아있는데요, 를 우리 집에 전달하는, 그 와중에도 뛰는 소음을 멈추지 않는, 결국 없는 척하며 인터폰을 받지 않고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뛰었던, 위층은 아마 이전에 게시되었던 글에 열심히 공감했을 것이다.




보복 소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요.

이 문장에는 어떤 사람이 의자에 올라 대걸레 같은 걸 손에 든 채 천장을 두드리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우리 집이 겪는 상황에 저 문구를 대입해보자면 그림은 바뀌어야 한다.


보복 소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요.

전에 없는 새로운 소음을 마구 만들어 시간에 관계없이 아래층을 지옥으로 만드는 위층 사람들로. 방송을 하면 더 날뛰는 위층의 모습으로.




지난번 경비실에 찾아갔을 때 층간 소음과 관련된 방송이 나오면 오히려 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도 뛰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나의 호소를 들은 경비원께서는 놀라워하시며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하셨다.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상대가 고통을 호소한다 - 행위를 멈춘다

이게 지극히 정상이 아닌가?


상대가 고통을 호소한다 - 관련된 행위의 지속성과 파괴력을 높인다 - 아니라고 발뺌한다 - 반복한다

몇 년 동안 이 루틴을 겪고 있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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