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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Nov 15. 2023

드라이작가


11월 한 달 동안 종이책출판을 목표로 매일 글을 쓰기로 했다.

우선 매일(주 5일 평일기준) 일기 쓰듯. 짧든 길든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라도, 하나의 글을 완성해 브런치에 발행하기로.


작년에 운 좋게 전자책을 출판하고, 올해는 엄마를 위해(엄마가 종이책은 보기 힘드시다며 종이책 그것도 큰 글자책으로 출판하기를 간절히 바라셨다.)

종이책을 출판하기로 했는데 생각처럼 진행이 되지 않아 출판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시작은 4월이었는데 중도포기했다가, 11월에 다시 한 달간 진행해 올해 안에 출판하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정말 꼭 완주해서 올해 안에 목표를 이뤄야지!!!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늘 아무 생각 없이 우선 저지르고 보는 나는 P), 막상 나 혼자 쓰고 읽고 간직하는 일기가 아니라 누군가 볼지도 모르는 공개적인 글이라 생각하니 글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렸다.

그 누구 하나 내 글을 손꼽아 기다리지도 않는데, 매일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 혼자 매일 밤 나만의 마감기한을 앞에 두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모습이 내가 봐도 짠하다.


나와의 약속이 뭐라고, 종일 ‘오늘의 글’을 위해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짠 지 3주가 지났다.

고작 3주 차지만, 그사이 나름 최적의 루틴을 찾았는데 일상 속 글감을 수집해 뒀다가 오전 요가를 마친 뒤, 집에 와 샤워하고, 점심 먹기 전에 마감해서 브런치를 발행하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하루 중 가장 창작욕구가 샘솟는 시간은 샤워하고 나와 머리를 말릴 때.

나는 머리숱도 많은 데다, 인생 최장의 머리길이를 갱신하고 있는 요즘이라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고 있노라면 팔이 아플 정도인데, 이 짧고도 긴 시간이 나의 창작욕구가 가장 불타오르는 시간이다.

머리를 말리면서 머릿속 잡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서 글로 적으면 좋을지 생각하는데, 머리가 다 말라갈 즈음엔 진짜 오늘은 정말 만족스러운 글이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근데 막상 글을 쓰려고 앉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게 머리를 쥐어뜯어서라도 글을 짜내고 싶은 심정.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창작의 고통인가…


드라이작가네. 드라이작가. 드라이할 때만 작가. 흑흑흑.


최적의 루틴을 찾아도 일상에 치이면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려 마감은 결국 늦은 밤이 되곤 한다.

가끔은 수많은 글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마무리하지 못한 여러 개의 글 중에서도 만족스러운 글을 찾지 못하고 그간 써놓았던 다른 글들을 서둘러 퇴고해 발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벌써 3주 차. 반이나 왔다.

이대로 쭉 잘만 이어간다면 올해 안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시간 모쪼록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해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뭐라도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그리고 뭐, 사실, 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히 괜찮으니까.라고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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