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마음은 늘 다른 곳에...

나는 그렇게, 길을 틀었다

by Hippy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졸업을 앞두고 나는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섰다. 대학을 마치던 해, 아빠가 세상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는 엄마 곁에 서기로 했다.


마침 그해 외삼촌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외주를 맡게 되었다. 외삼촌은 도로공사 퇴직자였고, 톨게이트를 외주로 맡게 되면서 엄마에게도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아빠의 유산 일부가 보증금에 보태졌고, 타지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엄마는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전공과 아무 관련도 없는 '톨게이트 사무직'으로 첫 취업을 하게 되었다. 낯선 곳, 낯선 일, 낯선 생활. 나는 겨우 스물두 살이었고,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엄마 또래의 아주머니들이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근무표를 맞추고, 급여를 정산하는 일이 내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다른 곳에 있었다.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던 친구들, 디자인 회사에 막 입사한 친구들, 그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들은 월급이 적어도 꿈을 좇고 있었고, 나는 익숙하지 않은 3교대 근무표를 정리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1년 4개월쯤 되었을까. 어느 날 문득, 나는 이 일은 나이 들어서도 시작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의 마음은 여전히 '다른 곳'에 있었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잊힐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준비도 계획도 없이, 그냥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찾아 떠나듯 퇴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책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어린 만큼 무모했고, 용감했다. 그 무모함과 용기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당신이라면 어땠을까요?

당신이 나였다면, 그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첫 직장이 '원하지 않았던 곳'이라면, 그 길을 계속 걸어갔을까요, 아니면 돌아섰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