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엉켜버린 나의 1년
공장은 딱 1년을 채우고 나왔다. 그 1년은 내 몸이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시간이었다. 기숙사가 제공된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다. 노트북, 핸드폰 액정을 만드는 전자부품 회사였고 나는 인쇄·재단·면취 공정에 배치되었다. 작은 칼날이 수십 번 도는 기계 앞에서 절삭유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다.
주야간 교대근무는 내게 맞지 않았다. 낮과 밤이 뒤섞인 삶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내 생활을 망가뜨렸다. 트러블은 피부에만 나는 게 아니었다. 피부도, 장도, 마음도 자꾸만 엇나갔다.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하고 기숙사 침대에 누우면 햇살이 비쳐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귀마개를 끼고, 커튼을 치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몸은 깨어 있고, 머리는 흐리멍텅했고, 가슴은 조급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몇 달이 지나니, 그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처음엔 버티면 돈이 쌓일 거라 생각했다. 퇴직금을 받아 뭐라도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체력은 돈보다 빨리 바닥났다.
딱 1년, 퇴직금을 손에 쥐자마자 나는 다시 짐을 쌌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마음만 남긴 채. 그때 나는 조금 지쳐 있었고, 조금 후회했으며, 조금 씩씩해졌다. 아마도, 그 ‘조금씩’이 나를 다음 자리로 데려다준 것 같다.
당신이라면 어땠을까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 무너지는 몸, 계속되는 피로 속에서 ‘딱 1년만’이라고 마음먹은 그 약속, 계속 지켰을까요, 아니면 일찍 내려놨을까요?
우리 삶엔 어쩌면 그런 ‘딱 1년’이 여러 번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