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듯, 흐르는 시간
톨게이트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스물셋이었다. 엄마는 여전히 타지에서 톨게이트 근무 중이었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내 방 창문 너머로 보이던 겨울 하늘은 희미하고 멍했다.
그 시절의 나는, 온몸이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퇴직금은 얼마간의 숨통이 되어줬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매일 던지게 만들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SNS를 자주 하던 때도 아니었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 속에서 나는 홀로 조용히 고민했다.
공부를 다시 해볼까. 편입을 해볼까, 수능을 다시 볼까. 그렇게 무수한 가능성을 떠올리다 엄마에게 말을 꺼냈던 날이 있다. 엄마는 조용히 말했다.
“하고 싶으면, 니 돈 벌어서 해.”
그 말은 다정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어떤 '현실적인 다짐'처럼 들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 스키장 랜탈샵에서 시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두툼한 패딩을 껴입고, 매일같이 스키복을 정리하고, 눈이 녹이 든 장비들을 닦았다.
익숙하지 않은 일, 낯선 사람들, 새벽과 밤이 뒤섞인 하루였지만 몸을 움직이니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렸다. 고단함 속에서 잠들 수 있었고,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쓸쓸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겨울이 끝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결심했다. 이번엔 더는 멈춰있지 않겠다고. 그래서 택한 건 기숙사가 제공되는 공장 일이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길이 어딘가로 나를 데려다줄 것 같았다. 나는 꿈을 위해 사는 삶은 아니었지만, 꿈을 다시 꺼내기 위한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신이라면 어땠을까요?
혼자만의 겨울,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우리는 가끔,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걸 결정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