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고 아름다운 Aug 05. 2019

작업을 풀어줄 열쇠

영감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영감을 어디에서 찾고 받고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무엇을 하는지


영감은 어딘가에서 뚝 떨어지는 그분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생각, 보고, 기억하고, 잊히지 않는 이미지들이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쌓여있다가  그것들과 잘 어울리는 반가운 것을 만났을 때 내 영감으로 살아난 나는 것이다.


영감은 이야기의 시작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종 결과물로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는 방향에 가깝다. 완성된 상태로 하늘에서 짜잔 하고 떨어진다면 그렇다면 그건 어디서 본 것,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의 내 기억 일지도 모르니 작은 의심을 해봐도 좋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무슨 신기루 잡는 굿하는 소리처럼, 모호하고 막연한 소리로만 느껴질 것이다.  


늘 머릿속에 ‘이번 달엔  코트를 사야 해’, ‘사야 해’, ‘사야 해’,를 생각하고 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철, 식당, 길거리를 가리지 않고 코트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날은 점점 추워지니  인터넷을 들락거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어디에서 코트를 샀는지 물어보기도 하는 트렌드 리서치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마음에 드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게 사고 싶은지가 없었기 때문에  구매로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내가 원하는 느낌의 코트를 입은 사람을 식당에서 보게 된다.


“저기요 실례지만 이 코트 어디서 사셨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네?””왜요?”


“제가 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음 그러니까 따라 사고 싶어서요”


“아 …네…


생로랑이에요”


“어머 감사합니다.”(그게 모지...)


…….


이런 말들을 하는 나를 생각하며(실제 물어본 적은 없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지 않은가.)  짧은 시간이지만 계산하는 그녀의 코트를 스캔한다. 길이, 핏, 소재, 단추, 허리끈, 카라, 어깨는 어떤 모양인지, 색은 어떤지 자세히 살핀다. 내가 그토록 찾았던 코트가 저기 저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걸쳐져 있다니, 내가 원했던 코트는 저거였군, 저거야. 롱 코트, 베이지 색도, 카멜 색도 아닌,  아이보리에 살짝 베이지 몇 방울 떨어트린 그 색 그런 색 그거구나. 이제야 구체적으로 원하는 코트를 찾은 기분이 든다.


아주 비슷한 느낌의 코트를  할 게 없어 들춰 본 미용실의 럭셔리 매거진 속에서 발견했다. 물론 가격 미정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늘 가지고 싶은 것은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다시 한국, 외국 직구 등의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던 그 코트와 아주 비슷하고 가격도 넘볼만한 무겁지 않은 코트를 인터넷 편집숍에서 발견하고 그 디자이너 숍의 세일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겨울엔 맘에 드는 코트를 입을 수 있었다. 코트만 외치고 다니던 내게 어느 날 만난 부대찌개 집의 그녀는 나의 영감인 것이다.


마음과 눈이 쓰이는 것들부터 챙겨보자. 길에 핀 꽃 일수도, 함께 사는 사람, 동물일 수도, 영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상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일상에서 어떤 사건이나 대상을 봤을 때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고민해보기도 하고 질문한다면 그것들로 내 영감의 창고는 채워질 것이다. 흩어져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마음에 품고 다니다 보면 진짜 그 영감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전 10화 빨갛다고 다 같은 립스틱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