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그리고 변한다는 것
설 연휴의 끝에서 혼자 카페에 앉아 가만히 있으니 미뤄뒀던 복잡한 생각들이 밀려온다.
이제는 떡국의 의미마저 피하고 싶을 만큼 나이가 먹었고, 어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지도 제법 됐고.
글을 끄적인다는 건 큰 의미가 아니지만 끄적인 글들을 내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글의 질이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나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려운 것에서 오는 마음이랄까.
언제부터고 글을 나누게 된다면, 그 글이 충분히 다듬어지고 자신 있을 만큼 예뻐졌을 때였으면 했다.
서른 중반의 요즘 드는 생각은,
그런 때라는 건 원래 오지 않는 거구나.
어렸을 땐 원하는 건 원하는 대로 먹고사는 어른이 부러웠고, 스무 살엔 원하는 건 원하는 대로 먹고살 수 있는 여력에 가정을 꾸린 서른을 꿈꿨으며, 그렇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글이란 걸 나눠봐야겠다. 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의 파란만장한 삶을 내가 어떻게 멋지게 헤쳐나갔으며 지금 얼마나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살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글을.
음.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으며 여전히 원하는 건 많지만 정해진 예산 내에서 한정된 소비를 해야 하며, 아주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드는 생각은,
십 년 뒤가 된다고 해서 이 생각이 아주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다.
근데 또 신기한 건, 지금의 내가 어렸을 적, 스무 살에 꿈꾸던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아주 실망스럽지도 않다는 거다. 그저 그때 품었던 생각들과 마음들이 딱 그때 했으면 하는 마음들인 것 같아 뭔가 귀엽다.
그때도 지금의 나처럼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고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면 너무 슬펐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또 떡국 값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