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영어가 지니는 직관적인 의미를 넘어 조금 저만의 단어로 번역을 하자면, "아픔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적이다." 라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조금 더 풍부하게 넓히자면, "달리기를 하면서 생기는 육체적인 아픔은 사람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 아픔을 고통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어떠한 도약 혹은 성장으로 받아들일지는 선택적이다." 라고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른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의 확실한, 뭔가 그런 가치관을 하나하나 채우고 싶다. 그게 멋지지 않고 쿨하지 않고 또는 시대의 흐름과 어긋날지라도 나의 코어 (Core)에는 단단하게 자리 잡아 있기를 조금은 바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뭔가, 이런 단단한 코어를 가진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그 코어가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자리매김을 하는구나. 대단하다.
[a. 베트남 다낭에서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여행을 갈 때면 책을 꼭 한 권 준비해서 가는데 가볍게 읽기도 좋아, 이렇게 자주 챙겨서 여행을 다닙니다.]
"게다가 이런 본인만의 코어, 색감 그리고 그 실감을 이렇게 심플하게 전달할 수 있구나."
책의 내용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이 전달 혹은 표현의 심플함이 정말로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의 결과물로써 책을 읽는 저에게 있어서, 이 심플함은 문장을 통해서 전달이 되지만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꽤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하나하나 압축하여 이 문장으로 표현을 했고 그 문장들은 짜임새 있게 모여 하나의 완성된 책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고민이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이 책이 되는 것인가? 이런 프로세스 (Process)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글 속에서 느껴지는 심플한 전달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세련된 것”이기 때문에 더 궁금했습니다.
[b. 그런 과정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준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정말 아주 좋은 타이밍에 이 책이 나왔고 읽어내려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위에 사진과 같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면서 이 궁금증들은 많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 그리고 나의 실감을 나의 언어로 그리고 심플하게 전달하고 싶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고민을 문장으로, 그 문장을 책으로 만드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열심히 연습을 해보자." 이런 마음을 고스란히 품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하고 또 공대를 나온 저에게 있어,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익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공대생이지만 글을 잘 쓰는 분들도 있어서 어디까지나 저의 상태로 보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습의 과정은 머리를 짜내는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고통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제가 바라는 세상과의 공감 그리고 그 연결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유의미한 움직임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c.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두는 문구. 천천히 그 의미를 탐색하면 정말 달리기라는 하나의 과정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듭니다.]
PS.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바라본 밖에는 지하통로의 어둠만 보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창문에 비친 저도 흐릿하게나마 있습니다. 그 모습이 멋졌는지 아니면 이상했는지는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금요일의 밤은 시작되었고 저는 내일인 토요일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오늘을 생각해보니 무언가 “결여”된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문장을 적으면서도 이 결여라는 느낌은 크게 다가옵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결여"의 느낌은 아무래도 전철 안의 저와 창문에 비친 저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일상의정리 #무라카미하루키글과그심플한전달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