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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조금 허세스럽지만 "천체관측"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 말 그대로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한 공간을 보는 것인데 허세스럽다고 표현을 한 이유는 아무래도 흔하지 않고 취미라고 하기에는 다소 엉뚱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체를 관측하는 일련의 과정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나름 명확하다.
"그 심연에 대한 나만의 실감을 담기 위해서"
먼저, 내가 취미로 가진 천체관측의 대상은 우주지만 이건 Universe의 개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스템을 보고자 하는 Cosmos와 그 의미가 좀 더 가까울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광범위한 그리고 인간의 지성으로는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공간, 그 자체로써의 우주가 아닌 행성과 항성 그리고 규칙적인 움직임이 존재하는 시스템으로써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장비로는 토성의 고리 일부를 보는 것이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을 보기 위해서는 아마 월급을 더 투자해서 더 좋은 망원경으로 가야겠지만, 현재는 이것으로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욕심은 별로 없다.
[a.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는 코스트코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NexStar 90GT 모델로 가성비가 꽤 훌륭하다.]
넥스타 90GT로는 대부분 달, 토성 그리고 목성을 보는데 아무래도 다른 별들은 너무나 멀고 특징이 없기 때문에 그저 동그란 원으로 보여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토성은 고리가 보이고 목성은 붉은색과 대적점이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에 관측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정도의 해상도를 생각하시면 조금 실망을 할 수 있는게 그저 구분 정도만 가능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달은 그나마 지구에서 가까워서 표면에 있는 크레이터나 구간 구간의 특이점을 볼 수 있어서 꽤 자주 보는 편인데 신기한 것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달은 차갑고 뭔가 고요한 이미지를 갖지만 망원경의 상에 맺힌 그 모습은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다. 그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고양감 같은 것이 올라온다.
한 명의 관찰자로서 남의 Home을 혹은 그 공간을 보고 있다는(?) 그런 실감이다. 물론 달은 스스로 수소를 태워서 빛을 발하는 별이 아니기 때문에 태양이 발산하는 빛을 반사한다. 그리고 그 반사된 빛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빛과 열기로 인해 눈에는 이글이글거리는 상이 보이는 것인데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b. 달이 보이면 이렇게 사진을 찍어두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금만 한 눈을 팔면 이미 상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실감에 대한 목마름으로 인해 1년에 한 번은 천문대로 드라이브를 간다. 아무래도 거기에는 좀 더 좋은 장비와 굉장히 큰 렌즈가 달린 망원경이 있기 때문인데, 자주 가는 곳은 "국토정중앙천문대"로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일단 굉장히 저렴하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보는 것은 의외로 돈이 조금 든다.) 방문을 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오랜 시간을 들여서 볼 수 있고 또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시는 점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강원도 산길을 달리면서 겨울을 느끼는 그 감성도 너무 좋다. 이번에도 12월에 가려고 하는데 제발 대기의 상태가 청명해서 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별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달이 크게 뜨면 달이 반사하는 빛으로 다른 별들을 관측하기가 어려워 주로 달 그 자체를 관측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서 우주에 대한 낯선 감정을 조금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의 환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공간으로써 우주는 가끔 흥미롭기 때문이다.
[c. 국토정중앙천문대의 메인 망원경,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하늘은 꽤나 Odd한 느낌이 가득하다. 실감으로써]
주제로 돌아와서, "우주, 그 심연에 대한 실감을 담아"는 허세스러운 취미로 시작한 천체관측이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정리하고 싶어 적은 글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흘러 가정이 생기고 회사 일에 시달리다 보면 이런 감정들은 아득히 먼 것들이 되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직은 이런 실감이 가득한 현재를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무한한 공간이고 그 무한성을 보장하는 것에는 어둠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둠을 정의하는 학자들은 그 안에 어떠한 물질이 존재하여 계속적인 확장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지만 그런 과학적인 이론은 차치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우주는 일단 검은색이다. 그리고 그런 검은 바탕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행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반짝임을 관측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심연의 우주를 실감"하는 과정이 된다.
그렇게 실감한 우주가 나에게 남기는 것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본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색깔 그리고 달의 이글거림은 모두 몇 분 전에 반사되어 돌아온 가시광선이고 그게 우연히 내 눈에 맺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감은 나에게 꽤 중요하다.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경이로움 그 자체"
경이로운 대상을 보면 나의 현재가 아득히 멀어지듯이 (작아진다고 표현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삶과 일상 그리고 생활은 매우 중요하고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먼 걸음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오늘 회사에서 겪은 모든 불편함이 지금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이것들도 결국 지나갈 것이 아닌가? 좀 더 담담하게 생각하자.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때로는 30대가 되면서 "이립"이라고 하듯 나만의 가치관과 기준을 세우고 싶은데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들은 내일이 되면 또 회사의 현실적인 일들에게 밀려 기억의 저편으로 도망을 치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히 그렇게 믿고 있다. 어딘가 조용히 숨어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좀 더 먼 걸음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과정은 나의 현재를 좀 더 의연하게 받아 들 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실감은 나에게는 꽤 중요하고 꼭 전체 관측과 같은 허세스러움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나만의 시간과 공간으로 그 실감을 찾아내고 싶다. 언젠가 현실의 벽에 밀려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없어지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런 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생각의정리 #우주그심연에대한실감을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