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그 심연에 대한 실감을 담아]

02

by 고봉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조금 허세스럽지만 "천체관측"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 말 그대로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한 공간을 보는 것인데 허세스럽다고 표현을 한 이유는 아무래도 흔하지 않고 취미라고 하기에는 다소 엉뚱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체를 관측하는 일련의 과정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나름 명확하다.

" 심연에 대한 나만의 실감을 담기 위해서"

먼저, 내가 취미로 가진 천체관측의 대상은 우주지만 이건 Universe의 개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스템을 보고자 하는 Cosmos와 그 의미가 좀 더 가까울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광범위한 그리고 인간의 지성으로는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공간, 그 자체로써의 우주가 아닌 행성과 항성 그리고 규칙적인 움직임이 존재하는 시스템으로써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장비로는 토성의 고리 일부를 보는 것이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을 보기 위해서는 아마 월급을 더 투자해서 더 좋은 망원경으로 가야겠지만, 현재는 이것으로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욕심은 별로 없다.


[a.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는 코스트코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NexStar 90GT 모델로 가성비가 꽤 훌륭하다.]

넥스타 90GT로는 대부분 달, 토성 그리고 목성을 보는데 아무래도 다른 별들은 너무나 멀고 특징이 없기 때문에 그저 동그란 원으로 보여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토성은 고리가 보이고 목성은 붉은색과 대적점이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에 관측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정도의 해상도를 생각하시면 조금 실망을 할 수 있는게 그저 구분 정도만 가능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달은 그나마 지구에서 가까워서 표면에 있는 크레이터나 구간 구간의 특이점을 볼 수 있어서 꽤 자주 보는 편인데 신기한 것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달은 차갑고 뭔가 고요한 이미지를 갖지만 망원경의 상에 맺힌 그 모습은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다. 그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고양감 같은 것이 올라온다.

한 명의 관찰자로서 남의 Home을 혹은 그 공간을 보고 있다는(?) 그런 실감이다. 물론 달은 스스로 수소를 태워서 빛을 발하는 별이 아니기 때문에 태양이 발산하는 빛을 반사한다. 그리고 그 반사된 빛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빛과 열기로 인해 눈에는 이글이글거리는 상이 보이는 것인데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b. 달이 보이면 이렇게 사진을 찍어두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금만 한 눈을 팔면 이미 상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실감에 대한 목마름으로 인해 1년에 한 번은 천문대로 드라이브를 간다. 아무래도 거기에는 좀 더 좋은 장비와 굉장히 큰 렌즈가 달린 망원경이 있기 때문인데, 자주 가는 곳은 "국토정중앙천문대"로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일단 굉장히 저렴하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보는 것은 의외로 돈이 조금 든다.) 방문을 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오랜 시간을 들여서 볼 수 있고 또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시는 점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강원도 산길을 달리면서 겨울을 느끼는 그 감성도 너무 좋다. 이번에도 12월에 가려고 하는데 제발 대기의 상태가 청명해서 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별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달이 크게 뜨면 달이 반사하는 빛으로 다른 별들을 관측하기가 어려워 주로 달 그 자체를 관측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서 우주에 대한 낯선 감정을 조금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의 환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공간으로써 우주는 가끔 흥미롭기 때문이다.


[c. 국토정중앙천문대의 메인 망원경,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하늘은 꽤나 Odd한 느낌이 가득하다. 실감으로써]

주제로 돌아와서, "우주, 심연에 대한 실감을 담아"는 허세스러운 취미로 시작한 천체관측이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정리하고 싶어 적은 글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흘러 가정이 생기고 회사 일에 시달리다 보면 이런 감정들은 아득히 먼 것들이 되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직은 이런 실감이 가득한 현재를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무한한 공간이고 그 무한성을 보장하는 것에는 어둠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둠을 정의하는 학자들은 그 안에 어떠한 물질이 존재하여 계속적인 확장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지만 그런 과학적인 이론은 차치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우주는 일단 검은색이다. 그리고 그런 검은 바탕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행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반짝임을 관측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심연의 우주를 실감"하는 과정이 된다.

그렇게 실감한 우주가 나에게 남기는 것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본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색깔 그리고 달의 이글거림은 모두 몇 분 전에 반사되어 돌아온 가시광선이고 그게 우연히 내 눈에 맺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감은 나에게 꽤 중요하다.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경이로움 자체"

경이로운 대상을 보면 나의 현재가 아득히 멀어지듯이 (작아진다고 표현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삶과 일상 그리고 생활은 매우 중요하고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먼 걸음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오늘 회사에서 겪은 모든 불편함이 지금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이것들도 결국 지나갈 것이 아닌가? 좀 더 담담하게 생각하자.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때로는 30대가 되면서 "이립"이라고 하듯 나만의 가치관과 기준을 세우고 싶은데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들은 내일이 되면 또 회사의 현실적인 일들에게 밀려 기억의 저편으로 도망을 치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분명히 그렇게 믿고 있다. 어딘가 조용히 숨어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좀 더 먼 걸음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그리고 이런 과정은 나의 현재를 좀 더 의연하게 받아 들 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실감은 나에게는 꽤 중요하고 꼭 전체 관측과 같은 허세스러움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나만의 시간과 공간으로 그 실감을 찾아내고 싶다. 언젠가 현실의 벽에 밀려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없어지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런 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생각의정리 #우주그심연에대한실감을담아


keyword
이전 01화[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