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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쭈 엔젤이 이야기-3

아빠, 엔젤이 한쪽 눈이 빨개요~!

by 돌팔이오

학교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가니 큰 애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한 마디 한다. '아빠, 엔젤이 한쪽 눈이 빨개요.' '언제부터 그랬는데?' '글쎄요, 오늘 보니까 빨간데요?' '어느 쪽 눈이야?' '왼쪽 눈이요.'


엔젤이에게 다가가 살펴보니 왼쪽 눈의 결막 부분이 충혈이 되어 있고 오른쪽보다 더 커진 느낌이었다. 눈꺼풀 위로 안구를 눌러서 만져보니 왼쪽 눈의 압력이 오른쪽보다 확연히 높은 듯하였다. '흠, 눈 검사를 해보아야겠지만, 일단 눈의 압력이 높은 녹내장일 듯한데...' '그럼 어떡해요?' '응, 내일 학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자.'


출근하면서 엔젤이를 데리고 학교 동물병원에 가서 환자 등록을 하고 안과 진료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 안압이 오른쪽 정상 안압보다 2배나 높다. 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기에 우선 안압을 낮추기 위하여 안약 처방을 받고 일주일간 관리를 한 후, 다시 재진을 하기로 하였다.


안약을 아침과 저녁으로 넣어주니 충혈된 왼쪽 눈의 상태가 좋아지는 듯 보였다. 재진에서도 안압이 많이 낮아져 약제를 한 가지로 줄여서 하루에 한 번 안약을 넣어주는 것으로 하였다. 그런데 일주일 후에는 다시 눈이 커지고 안압이 올라갔다. 다시 아침저녁으로 약을 넣어주고 안압을 조절하고자 하였다.


여러 번의 상황변화와 그에 따른 치료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안압이 조절되지 않고 있었다. 안과 담당교수님과 상의하여 안구치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당시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수술이었기에 장담은 할 수 없으나, 이론적으로는 안구 내의 구조물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 안구 내에 동그란 실리콘 볼을 넣어 안구의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직접 보호자인 내가 마취를 하고 안과 교수님의 수술집도를 참관하였다. 눈이라고 하는 장기는 신체에 비하면 작은 기관이지만 복잡하고 민감한 구조물이기에 현미경으로 확인하면서 수술을 진행하셨다.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엔젤이는 마취에서 잘 깨어났다. 수술 직후에는 안검으로 플랩을 만들어 눈을 가려주었었기에 잘 몰랐지만, 1주일 후 플랩을 풀었을 때는 언뜻 보기에는 진짜 눈인지 가짜 눈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단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커 보였다. 안검플랩을 풀고 진료를 받으려고 동물병원을 방문했을 때 주치의에게 물어보았다.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커 보이는 것은 수술 후 부종이나 염증반응 때문일까요?' '아, 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실리콘 볼이 딱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약간 큰 실리콘 볼을 넣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네, 그렇군요.' 덕분에 엔젤이는 왼쪽 눈이 큰 짝눈이가 되었다. 물론 스쳐보면 모를 정도이지만, '까칠한 보호자'에게는 금방 눈에 보인다. 보고자 하면 더 잘 보인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이 이날은 엔젤이가 특별한 증상을 보였다. 엔젤이는 평상시에는 전혀 침을 흘리지 않는데 진료대 위에 올려놓고 마취 준비를 하는데 신기하게도 침을 주~울 주~울 흘리는 것이었다. 긴장한 탓에 침을 흘리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긴장하면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며 침을 흘리지는 않는데, 개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증상은 이후에 다른 진료를 받을 때도 반복되는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엔젤이는 한쪽 눈을 의안으로 치료받고 여생을 살게 되었다.


엔젤이-한쪽 눈으로 쳐다보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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