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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쭈 엔젤이 이야기-8

아빠, 엔젤이가 잘 못 일어나요~!

by 돌팔이오

엔젤이가 거실 한쪽의 펜스가 쳐진 곳에서 움직이는 것은 조금 제한적이기는 했다. 그러나 쿠션에서 자다가 일어나 물과 밥을 먹고 펜스를 살짝살짝 부딪히면서 걷다가 패드 위에서 소변을 보고 다시 쿠션으로 돌아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청했다. 소리는 들을 수 있어서 이름을 불러주거나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서 머리를 번쩍 들곤 했다.


하루에 먹는 사료양이 줄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아침저녁으로 사료 위에 좋아하는 토핑을 얹어주었다. 냄새로 유인하기 위해 참치캔에 들어있는 기름이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잘 굳지 않는 오리고기 기름 등을 조금씩 부어주었다. 좋은 냄새가 나면 엔젤이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곤 했다. 낮에 혹시 배고플까 봐 사료와 간식을 조금씩 놔두고 출근을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엔젤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 하고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머리를 낮추는 것이 힘든가 싶어 밥그릇과 물그릇 아래에 작은 상자를 두어 먹을 때 머리를 많이 내리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었다. 그래도 왠지 밥 먹으면서 자세를 잡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큰 애가 또 질문했다.


'아빠, 엔젤이가 잘 못 일어나요~!' '그래? 며칠 전부터 밥 먹을 때 균형을 잘 못 잡던데, 더 심해졌나?' 펜스 안에서 걸을 때도 몸이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피부도 얇아지고 털도 거칠어졌다. 하루 종일 많이 걷지도 않는데 너무 누워서 잠만 자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던져준 장난감을 달려가서 물어올 나이는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혼자 일어나서 밥 먹고 볼일 보고 한 두 바뀌 걷다가 다시 잠을 청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평상시 늦은 밤 귀가하면 현관에 와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뱅글뱅글 돌던 엔젤이는 추억 속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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