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몇 달 전 국내 스타트업으로부터 "PM/PO들을 위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강연을 의뢰받았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PM/PO들만의 덕목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전달하냐에 따라서 그 형식과 방법이 다를 테구요. 제가 무슨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도 아니지만 제가 배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집중해서 전달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켈란젤로에 의해서도 인용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말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알고 계신대로 그 의미는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는 항상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의미의 말입니다.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해야 하고,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표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집니다.
제가 배우고 경험한 최고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디테일은 무엇을 이루는데 정말 모든 것입니다. 책을 예로 들자면, 사람들은 큰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 긴 소설을 읽지만, 정작 마지막에 중요하게 남는 것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디테일이며,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오랜동안 자리 잡는 것도 그것입니다. 그것이 그냥 괜찮은 이야기와 대단한 이야기의 차이입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과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의 차이입니다. 이것은 글뿐만이 아니라, 그림도 음악, 영화도, 저희가 만들고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제품과 서비스에서도 같습니다. 여러분이 영화나 책을 읽고 그것을 친구나 가족에서 소개할 때 어떤 면을 묘사하는지를 잘 기억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디테일은 그 자체로 설명이 됩니다. 저는 프로덕트를 만들 때 그 묘사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기억에 남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한국의 많은 PM/PO가 "뾰족한/하게"라는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기능 기획이나 구현시에는 "뾰족함"으로 대표되는 명확함, 정확함, 상세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은 그 뾰족함을 이르는 말은 아닙니다. 디테일을 잘못 해석하면 '수직적 깊이'로 이해합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서로 간에 다른 이해의 폭과 식견의 깊이 차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합니다. 제가 배우고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은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은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보기 어렵고 찾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말합니다. 그늘에 가리어져 있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와우'를 만들어 냅니다.
PM/PO들은 프로덕트를 기획할 때 가상의 사용자인 '퍼소나'를 만들어 특징에 따른 사용 예를 묘사합니다. 저의 경우엔 예전에는 그 '퍼소나'에 대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뾰족함이 '디테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이 '퍼소나'가 법정 소송 증언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묘사가 지나치게 포괄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실로 인식되거나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은색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퍼소나의 검은 머리에 대해 흥미롭고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면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생략한 부분은 사용자의 상상력이 채워줄 테이고, 그 상상력이 제품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겁니다. 지루한 100가지의 목록을 채우기보다는 부족한 1개의 비범한 디테일을 채우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그 사용자가 색약을 가졌거나 빛에 민감한 반응을 한다는 가정이 훨씬 중요한 '디테일'이 됩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PM/PO 커뮤니케이션 강연을 준비하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제가 적어놓고, 모아놓은 메모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곳에는 중요한 키워드를 적은 내용뿐만 아니라, 제가 느꼈던 감동포인트, 관련 자료 링크등 모든 것들이 있었죠. 마감일이 다가왔고 전 거의 패닉 상태에서 잃어버린 내용을 재구성하기 위해 기억나는 모든 것을 다시 적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기억에서 꺼내놓은 목록은 너무나 뻔한 것들이 아닌 제가 그런 자료들을 접할떄 인사이트를 경험했던 놀라웠던 것들이었고, 이것은 뻔한 지루함이 아닌, 그 경험을 특별하게 만든 요소들이었습니다. 그 메모장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저를 흥분하게 만든 세부 사항은 항상 기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기억나지 않는 것은 그리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여러분의 기억에 의존하면 좋은 것이 나온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은 스스로 지루하고 뻔한 내용에서 훌륭한 디테일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업무가 꼭 PM/PO가 아니라도 '와우'의 순간은 위대한 기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듣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에 대한 훌륭한 스토리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한 가지 필수적인 행동을 전제로 합니다. 스토리를 위해 정보를 수집할 때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이 삼성 갤럭시 워치와 애플워치 제품 발표 영상를 비교해 본 경험이 있으실까요? 물론 단순한 비교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라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두 제품이 접근하는 면은 꽤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삼성갤럭시 워치는 하드웨어의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능의 우수성에 초점이 맞춰있는 반면, 애플워치는 어떤 기능도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애플워치는 "올해는 가질 수 없을 줄 알았던 생일을 맞이했습니다"라는 메시지로 실제 사용자가 어떤 위험에 있었고, 애플 워치가 어떻게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을 줬는지 그 경험에만 집중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요? 만약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면요?
최고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디테일에는 스토리가 있어야합니다. 그러면 잊혀지지 않습니다. 교과서 적인 메모에 집중하고 분실에 대한 걱정보다는 사용자 경험을 흡수하여 깊이 있게 의미를 파악하는 일에 더 집중하세요. 경험을 알아차리는 센스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초이며, 알아차린 내용을 페이지에 잘 정리하여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모두 다 그 성공 기술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자신을 믿고, 잘 꺼내어 사용만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