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와 티라미수는 한 끗 차이

쓸모없는 초능력 일기 17.

by 김라면


푸에취-!

서빈이 우렁찬 기침을 내지르며 휴지를 뽑았다. 휴지로 코를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 지옥 같은 가루 속에 살아남은 건 너 정도밖에 없을걸.

별 다른 일 없이 평온한 날이었다. 온난해지는 기후와 함께 미세먼지가 날아왔고, 가득한 미세먼지를 보던 서빈이 티라미수를 먹고 싶다고 단톡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좁은 아지트에서 티라미수를 한 개씩 들고 있다는 것 외에는.


산우가 조심스레 스푼을 티라미수 위에 가져다 댔다. 한 입을 조심스레 뜨는데, 둥그렇게 둘러앉은 남정네 넷의 시선이 그곳에 달라붙었다. 검은 티라미수 가루가 너풀거리는 와중에 시선은 떨어지지 않고 그렇게 간질간질 바람이 부는 가 싶더니 이내 산우가 재채기를 터트렸다.

에취-!

아, 에이, 하는 야유가 날아들고, 다시 눈총은 서빈에게로 향했다. 티라미수 먹자고 한 녀석이 대체 누구야, 우우.

성준이 제 앞에 놓인 티라미수에 스푼을 꽂았다. 먹기 힘들면 그냥 다 섞어먹으면 돼. 뭘 예쁘게 먹으려고 그래.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코 끝이 간질거리는지, 콜록, 하고 기침을 뱉었다. 연신 미세먼지 핑계를 대면서.

서빈의 방은 티라미수 가루로 이미 엉망이었다.

그러니까. 이 지옥 같은 가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니까.

‘너’로 지목된 설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참 전부터 여유롭게 티라미수를 음미하고 있던 참이었다.


쓸없능. 쓸모없는 초능력을 모두가 하나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 설의 능력은 보잘것없었다. 티라미수를 가루 하나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능력. 티라미수뿐만 아니라 인절미, 말차가루에도 통용되니 웬만한 가루에는 면역이 있는 모양이었다.

설은 보기 드물게 본인의 능력에 아주 만족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세상은 달콤한 것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달콤한 것들은 모두 가루와 함께 한다.

무논리 한 말을 홀로 주창할 때 서빈은 진지하게 부럽다는 눈길을 보내왔다.

설은 보란 듯이 티라미수를 한 입 떠 서빈의 코 앞에 가져다 댔다가 입에 쏙 넣었다. 징그럽다는 표정이 날아들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다. 방 안에는 티라미수 가루도 잔뜩 흩날렸다.

달콤함은 잔인해.

서빈이 말했다.

하지만 달콤하지.

설이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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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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