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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Feb 14. 2021

달이 떴어

14번째 기록


1.
집에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오랜만에 창가 자리에 앉았어.
나는 비행이 설레기보다
조금은 지루한 사람이니까,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를 다운받고
이어폰을 꼈거든.

2.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달이 떠있었어.
아주 작고 가느다랗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얇았어.
하늘이 어두워서 더 밝았고 노랬어.
되게 예쁘다, 생각했지.
언제나 그랬듯이.


3.
길을 걷고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거야.
오늘은 날이 흐렸고,
구름도 가득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게 되게 설렜어.
늘 올려다보던 달을
한눈에 마주할 수 있다니.
지루하지 않았어.

4.
가느다란 빛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까
네 생각이 났어.
그냥 아주 잠깐 스쳤어. 너의 순간들이.
발아래 불빛들 속에서 마주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어둠이 내린 순간에 문득,
눈을 맞추는 순간이 오면 어떨까.

5.
그런 순간이 온다면
또다시 되게 예쁘다, 생각할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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