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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Apr 03. 2024

나의 기도

세상을 스치는 바람이 내게도 올지

과연 기억할지 그저 의문이었어요

나는 그냥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는

그냥 스치는 사람입니다

찬 바람이 휘몰아친다는 것을 모른 체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진 공간에서 숨만 쉽니다

아침과 저녁의 공기만 느낍니다

그것이 모여 나의 머리칼을 흔드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나는 그저 살아갈 뿐입니다


인간실격이란 작품을 읽었습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인간실격일까요?

지금 현재의 삶에서는 그저 가벼운 일탈일 에피소드들이

한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갈 일이었을까요?

충격의 어떤 놀람도 없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을 넘기며

이 시대에 살고있는 나의 무감각을 탓했습니다

2024년의 시대는 모든 것이 발전했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인간들의 위선과 탈선에

나와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그저 그렇구나라고 스쳐갑니다

오늘의 바람이 공기가

나의 호흡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

문학의 비범함과 소소한 비극이 처절한 외침이

그저 자극적이어야만 돌아보는 시대

우리는 너무나 극단적인 시간속에 살고 있습니다

인간실격의 충격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무자극 초자극의 극단적 미의 시대

그저 살아가는 내게 아름다움이란 존재할까요?

느끼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인공적인 결말이어도

우리는 자연적 아름다움이라 말할 수 있나요?

내가 느끼는 바람이 진정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왜 나는 이런 시대에 최선을 다하고

그저 스치는 세상속에 죽을 힘으로 버티는 것일까요?

결국 사라질 내게

세상은, 일상의 바람은, 반드시 필요한 공기는

무엇을 바라는 건지 의문입니다

나는 그저 세상을 스칠 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사라질 인간입니다

인간으로서 살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보내며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을 만큼 공간을 느끼며

조용히 사라질 인간입니다

인간으로서 실격의 사유가 있을지언정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누구도 알지못할

그저 지구상의 어느 작은 나라에서 살고있는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인간입니다


나는 그저 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조용히 살다 사라지길 원합니다

내가 원하는 순간에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고 싶습니다

그저 살아갈 뿐이지만

잠시 스친 인연을 기억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바람이 스쳐도 공기가 머무르듯

내가 경험한 모든 삶들을 자연스레 기억하다

조용히 떠나보내려 합니다

나의 실격 사유를 기억하며 괴로워하지말기를

제발 모든 나의 기억을 지워버리길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곧 나를 사라지게 할 모든 사유이길

바라고 원망하며 기도하고 좌절하며

오늘도 나는 그저 스치는 삶을 살아갑니다

바람한번 마주치지 못한 체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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