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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Jun 19. 2024

아름다운 비극

만개한  나를 한번 보고

사람들은 찬사를 보냅니다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요

당신의 눈은 빛나고

당신의 입술은 탐스러워요

당신의 미소는 싱그럽고

당신의 머리칼은 부드러워요

당신은 내가 본 유일무이한 천사임에 틀림없어요

틀렸어요

나는 비웃음인데 그들은 감사합니다 

겸손은 더욱더 빛이 나는군요

미친 사람들을 아무렇지않게 상대하는 건 쉬운 일

나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나는 진심으로 감출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나를 위한 뮤즈는 없어요

세상은 늘 그런 척 하는 것일 뿐

만개한 꽃잎은 영원하지 않아요

만개할 수록 곧 죽음을 맞이할 뿐

그럼에도 찬사를 보내는 건

가식이자 무지

가차없이 나를 보내는 가치없는 인간들

쓸모없는 이 속에서 안 그런 척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비극입니다

멀리서봐도 극명하고

가까이서보면 적나라한

아무리 지나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무지한 세상

난 이곳에서 홀로 만개합니다


어차피 사라질 내게

찬사와 연민과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가시 하나

간직해야 

아름다운 미의 여신은

처음부터 비극이니

슬퍼하지도 괴로워하지도 말기를

고독은 원래 무의미하고

외로움은 서늘한 달빛과 같으니

새삼스럽게 나를 비춰

나를 위한다며 말하지 말아요

그저 아직 덜마른 물감의 향인데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이라 말하지도 말아요

나는 원래 모른 척 하는 게 습관이라

어쩌면 당신을 향한 서늘한 그리움이

홀로 빛을 내었을지 모르겠어요

나를 닮은 또다른 나를 보아요

향은 없지만 나와 똑같아요

그깟 있어도 없어지는 순간의 매혹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어김없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다만 처음부터 있던것과

본래 내것이었던 것의 의미는 달라요

그 다름이 어쩌면 나의 존재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증명할 수 없는 태생의 아름다움

그래서 그토록 끝까지

나는 만개하려 합니다


가시돋힌 마음은 스스로를 가두고

내가 증오하는 모든것이 진짜가 아니길 바라며

겉으로 드러나는 외로움과 고독함이 서로 싸우겠지만

결국엔 숨기고 결국엔 만나겠지요

그러다 사라지는게 사실은 본래의 운명인 것을

어쩌면 죽음을 앞세워 알게되네요

그러니  어리석고 무지한 내게

벌을 내리시어

나를 탐하고 원하고 칭송하는 이들을 가두소서

그들이 알고있는 수많은 나는 결코 머물지 않기에

나를 따른 감정의 결들이 반드시 굴레에 갇히기를

영영 사라지지 않는 쳇바퀴를 선물하소서

당신들이 그토록 갖기를 원하던

만개한 나는

세상 끝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극으로

절벽 끝에서 기다릴께요 

그러니 어서 오세요

내게 절망하고 집중할 수많은 어리석음이여

아름다운 내게 어서 오세요

곧 사라질 나와 만나요

이건 비밀인데,

나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에서

스스로 꽃을 피우려 했던

흰 종이바닥 위

바싹 말라버린 물감의 붉은 흔적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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