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라 Nov 27. 2019

퇴사하지 마요 밖은 춥습디다

프롤로그

 며칠 전, 우연히 이전 직장에서 내가 하던 파트의 일을 현재 하고 있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만둔 지 6년이 넘었고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내가 힘들었던 상황과 이유, 그 이후에 선택했던 일과 결과에 대해 최대한 덤덤하게 말해주었다. 나도 왠지 남 일 같지 않은 마음이 들어 평소보다 말이 더 많아졌다. 서로의 비슷한 성향과 고민의 이유를 나누다 보니 마치 과거의 나와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그분도 퇴사를 선택했을 경우의 미래의 자신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을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고 고마워하며 헤어졌다.

 애석하게도 보란 듯이 멋지게 성공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에, 그동안의 나의 선택과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을 듣고 나니, 결코 무의미하기만 한 시간들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보상받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7군데 정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 나는 이제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르는(혹은 되기를 바라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을 그만둔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퇴사하려는 사람들을 웬만하면 말리고 싶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 스스로 정리하고 싶어 졌다. 대체로 망한 나의 이야기들이 어쩌면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이 발동해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애증의 양배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