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할 때 정말 어려가지 빵과 쿠키를 만들어 봤다. 식빵부터 케이크까지 정말 원 없이 만들어봤는데, 가장 꾸준히 만들었던 건 브라우니였다. 언니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던 것이기도 했고, 손님들이 항상 칭찬해주셨던 메뉴였기 때문이다. 어떤 손님은 자기가 집에서 만들면 이 맛이 안 난다며 비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 난 단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단 걸 먹으면 이상하게 어지럽고 살짝 피곤한 기분이 든다. 그런 내가 베이킹이라니.. 만드는 건 좋은데 내 입맛에 맞추면 좀 건강한 맛이 되어버린다. 카페에서 만들어 팔던 쿠키도 나름대로는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하여 최대한 달달하게 만들었건만, 손님들로부터 이 집 쿠키는 안 달아서 정말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정도이다.
남편은 단 과자류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는 집에 상비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면 혼자 슬쩍 사라지는데,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으면 저 쪽에서 해맑게 웃으며 초콜릿 과자들을 들고 뛰어온다. 이런 거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사지 말자고 하면 잔뜩 시무룩해진다. 어느 날은 그 모습이 맘에 걸려서 대신 브라우니를 만들어주겠다며 달래주었다. (아들을 키우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버터랑 다크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인다. 중탕이 오래 걸려 귀찮으면 예열된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아주 살짝만 녹여서 섞어도 괜찮다. 따뜻한 상태일 때 설탕을 넣고 녹을 정도로 휘퍼 섞어주다가 바닐라 에센스와 계란을 넣고 좀 더 빠르게 저어줍니다. 박력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 코코아 파우더를 체 쳐서 넣고 천천히 저어준 후 틀에 부어 오븐에 구워 식혀주면 완성된다.
주변 사람들 평이 좋다 보니 하도 여러 번 구워서 이제 반죽 만드는데 10분 정도면 구울 준비가 끝난다. 반죽을 틀에 넣고 오븐에 넣어버리면 알아서 구워지니 그 사이 이것저것 하다가 20분 땡 하면 완성이 돼서 나온다. 어느새 나에게는 너무 쉽고 간단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만들어서 냉장고에 두고 먹으면 쫀득하니 더 맛있어진다. 달달하고 향긋한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기니 단 걸 좋아하지 않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특히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쌉싸레함이 단 맛과 조화를 이루어 환상 궁합이다.
가끔 남편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브라우니만 먹고 지내는지 다 먹은 포장 비닐만 한가득 모여 있다. 밥을 챙겨 먹으면 좋을 텐데... 그게 더 맛있어서 그렇다니 할 말은 없지만 이럴 땐 브라우니를 만들어 두는 게 좋은 건지 아닌 것인지 살짝 헷갈린다. 그래도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마트에 파는 초콜릿 과자만 먹고 있는 것보단 마음이 편하달까. 남편은 이런 내 마음을 알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