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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Nov 26. 2019

'나만 그런가?'  이상한 사람 vs 독특한 사람

만약 나만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나만 그런가?


얼마 전 본 영화가 나에게 너무나 많은 Inspiration을 주어서 화면 하나하나 캡처하고 프린트해서 노트에 붙이고 있었다. 참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취미이다. 그게 나이 탓인가? 아무리 컴퓨터에 많은 데이터와 자료들을 저장해놔도 잘 안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트에 끄적여놓은 메모나 스크랩해놓은 자료들은 심심하면 한 번씩 들쳐보게 되고 뭔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뒤적이게 된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며 느낀 그 작고 섬세한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노트에 적고 있었다.


나의 이런 습관, 아니 취미생활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뭐하러 그런 걸 하나... 누가 본다고... 그냥 사진 찍어놓으면 되지...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나만의 취미 생활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한다.
이런 노트가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나는 마치 재산이 늘어가는 듯한 기쁨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나만 그런가? 난 왜 이런 걸 집착하지?'

예전에 파일럿으로 KBS에서 잠깐 방영했다 사라진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만 그런가? 신드롬 맨'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았다.
[신드롬: Syndrome]
하나의 공통된 심리적 현상의 열풍, 동의어 ‘증후군’
 
 " 나만 그런가? 혹시 내가 이상한 건가? "
 
혼자 가졌던 의문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을 때 그것은 하나의 ‘신드롬’이 되고, 어떤 ‘신드롬’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폭주하는 신드롬! 신드롬은 곧 우리의 자화상이자 세상을 바꿀 핵심 징후다!
 스타의 일상 관찰을 통해 "우리도 그래!"라고 끄덕이는 신개념 멘털 케어 토크쇼!라고 했다.


나만 그런가?
이런 나만의 독특한 생각, 습관, 생활방식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을 때 그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신드롬이 될 수 도 있다는 것

난 사실 너무나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나만의 신드롬이 어떤 게 있는지 생각해봤다.

1. 한 연예인이 얘기한 '로그아웃 신드롬' 나도 격하게 공감했다.
한 연예인은 일이 끝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모든 외부의 생활에서 로그아웃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 曰,
의욕적으로 열정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사람은 집에 오면 바깥세상에 무심해지고 싶은 심리가 있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가 방전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로 생각되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방전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 분이 바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히 잘 훈련된 기술이며 집에서는 워낙 차분하고 처지는 mood의 성향을 up 시키기 위한 소품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마치 내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공감을 느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너무 지치고 머리가 아픈 날이 많다. 군중 속의 고독이 자주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게 가끔 외롭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그러다가도 또 이내 사람이 그리워진다.

일하는 나와 진짜 나는 많이 다르다. 가끔은 내가 계속 진정한 나를 숨기고 연극하듯 사는 것 같다.

'나만 이런가?'
이런 로그아웃 신드롬은 많은 현대인에게 공감되는 신드롬인 것 같다. 나 역시 가끔은 나인 듯, 내가 아닌 듯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나의 로그아웃 신드롬은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고 나만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게 해 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온전히 나를 진짜 사랑하는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게 한다.

2. 기억저장 신드롬 - 하나도 놓치지 않고 소중히 기억하고 싶다.
난 살면서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걸 이미 오래전 깨달았다. 요즘은 나이가 먹어서인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나에겐 순간의 기억, 느낌, 장면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게 기억 너머로 잊히는 게 어느 순간부터 너무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메모하기 시작했다. 마케터로 일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기 시작했고 영감을 주는 사진을 스크랩하기 시작했고 책을 읽으며 좋은 구절을 적기 놓기 시작했고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을 적기 시작했고 여행을 다녀오면 찍은 사진들을 인화하고 어디에 갔었는지 기록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책을 출판하고 싶었기에 이런저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만 이런가?'
이 역시 현대 사회에 넘쳐나는 정보들,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게 된 세상, 예전보다 경험도 많아지고 추억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고 모든 게 과부하 걸린 사회는 넘쳐나는 데이터 중 중요한 것을 거를 여유도 없이 넘쳐 흘러가버리게 만들고 사람들은 그 흘러가는 소중한 기억들을 SNS에 남기고 공유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SNS의 다양한 역할들이 있고 때로는 부정적이 현상이나 중독 등의 역효과도 나타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기억의 저장을 위한 소중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기억저장 신드롬은 나의 기억력 감퇴의 아픔을 보완해주고 나의 취미생활이 되어주며 일의 조력자이자 가장 소중한 자산을 만들어주고 있다.


3. 바쁜 일상 행복 신드롬 -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집에 있으면 불안하다.
이것은 분명 타고난 성격 + 20년 넘게 회사생활을 하며 얻은 결과일 것이다. 나는 쥐띠이며 자시(그러니까 밤 11시~새벽 1시)에 태어났다. 난 기독교인이라 사주팔자를 믿지는 않지만 어릴 때 재미로 본 사주에서는 항상 일복을 타고났다, 사주에 밤에 부지런한 쥐가 두 마리나 들어있다고 했다. 학교 다니면서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고 대학 다니면서도 결석이나 지각은 거의 하지 않는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고 업무는 늘 완벽을 추구했다. 알람을 듣기도 전에 벌떡 벌떡 일어나고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마치기 전에는 잠을 잘 못 이뤘다. 그렇게 살다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나에게 바쁘지 않은 일상이 주어졌다. 너무나 삶이 부자연스러웠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내가 집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어색했다. 어디라도 나가야 할 것 만 같았다. 남들은 처음 주어진 휴가를 미국에서 즐기니 얼마나 행복하겠냐며 부러워했지만, 난 불안했다. 집에서 TV를 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다가도 문득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내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멍 때리는 시간도 일상의 일부라고 되뇌었지만 쉽게 내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런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남들에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보여주었다. 항상 부지런하고 열정적이고 계획성 있는 삶으로 보이는 반면, 뭔가 항상 조급하고 걱정 근심이 많고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왜 그렇게 빡빡하게 사냐며, 좀 쉬어도 된다고... 나도 노력해 보았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그냥 바쁜 일상을 행복해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이런 바쁜 일상 행복 신드롬은 나의 미국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고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맨해튼 골목골목을 느껴보고 핫 플레이스를 경험하고 미국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혼자 커피 한 잔을 들고 브라이언트 파크를 걸어도 보고... 남들이 집에서 한국 TV를 붙들고 있는 시간에 나는 내가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바쁘게 누렸다.


나만 그런가?


때로는 이 질문이 나를 위축되게도 하고 나를 소외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도 그렇다' 일 수 있다.

그리고 만일 '나만 그렇다'라면 그것은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독특한 장점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가 이상하게 생각될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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