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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 Jan 21. 2022

루틴이 중요해 2

올해도 역시 루틴이 중요해

나는 루틴이 중요한 사람이다. 매일매일 To do list를 적어서 하나씩 지우는 형태는 아니지만, 머릿속으로 아침/점심/저녁에 할 일을 큼지막하게 생각하고, 다 끝내면 노션과 플래너에 적는다.


노션 캘린더 팸플릿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매일 한 일을 체크한다. 자세한 내용은 사적인 거라서 모자이크를 했다.


사실 To do list를 미리 쓰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랑, 손으로 써서 물질로 남기는 거랑 압박감이 다르다고 할까. 그래서 미리 할 일을 적지는 않고, 다 끝낸 일을 적는 타입이다.


계약직과 시간제와 백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지만 여하튼 프리랜서라는 큼지막한 타이틀로 묶어서 산지 3~4년이 되었다. 특히 1~2월은 내 생업의 비수기라 반백수로 살게 되는데, 예상할 수 있는, 매년 돌아오는 비수기 시즌이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지난 1년 간 계속 일을 했기 때문에 당분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 막상 놀 수 없다. 특히 난 만화를 그리기 때문에 이 기간을 이용해 바싹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더욱 루틴을 중요시한다.


작년 비수기에도 루틴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dozagi925/52



당시에 쓴 글을 보니 참 꽉 찬 루틴으로 거의 한 달을 보냈다. 어떻게 저 루틴대로 살았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신기하면서도, 이번 비수기는 저렇게까지 빡빡한 루틴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루틴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일단 작년 이맘때 루틴은 이랬다.


1. 기상

2. 아침밥 먹으며 SNS 확인하기

3. 러시아어 공부

4. 만화 작업

5. 점심 식사

6. 밖에 나갈 일처리, 산책, 가사, 기타 등등

7. 저녁 식사

8. 독서(하루 1권 읽기 챌린지)

9. 10분 스트레칭

10. 영상 콘텐츠 시청

11. 취침


다시 봐도 새삼 대단하다... 사실 오전에 러시아어 공부 & 만화 작업 두 가지를 할 수 있었던 건 당시 하루 만화 작업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도 있다. 그나저나 독서(하루 1권 읽기 챌린지)는 무섭네... 당시 읽었던 책은 내가 많이 읽는 문학, 에세이 분야가 아닌, 부동산 관련서였다.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관련서를 30권 읽어보자 하고 결심해서 한 달 동안 매일 1권씩 읽었다. 사실 한 일주일 읽은 뒤에는 다음에 읽는 책들에 겹치는 내용들이 많고, 문학처럼 정독해야 하는 도서가 아니기에 술술 읽었다.


작년 루틴은 이랬고. 



요즘 내 하루 루틴은 아직 딱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거의 이런 패턴대로 살고 있다.


1. 기상

2. 만화 작업

3. 점심 식사

4. 기타 일들 처리(주로 밖에 나가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

5. 운동

6. 저녁 식사

7. 자유 시간(스트레칭/블로그 글쓰기/독서/영상 시청)

8. 취침


오전에 영화나 전시를 보러 가는 날에는 만화 작업을 오후에 하려고 노력한다.


그럼 이제 중요한 루틴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2. 만화 작업

요즘의 가장 큰 과제이다. 만화 그리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만화 작업은 크게 1. 구상 및 리서치 2. 콘티 그리기 3. 만화 그리기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각 단계의 난이도는 정확히 1 <2 <3이다... 


1) 구상하고 리서치하는 단계는 참 행복한 시간이다. 머릿속으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이 상상을 뒷받침해줄 참고 문헌을 찾아 읽는다. 이때 책을 사고, 논문을 검색해서 저장하는 일이 제일 재미있다. 사모은 책을 조금씩 읽고, 논문을 읽는 일은 앞의 일보다는 조금 힘든데, 뒤에 나올 그림 그리는 단계에 비하면 그래도 참 행복한 시기이다.


2) 콘티 그리기는 머리를 써야 한다. 정말 집중해야 해서, 콘티를 그릴 때에는 음악도 듣지 않는다. 현재 그리고 있는 단편 만화의 콘티는 오전이 아니라, 오후에 운동 갔다 오고 나서 저녁 먹기 직전까지의 시간을 활용해 그렸다. 콘티는 머리 쓰는 일이라서 머리에 바람 좀 넣고 오기 위해 운동을 갔다 온 직후로 시간을 배분했다. 그리고 이 배분은 효과적이었다. 지금 그리고 있는 단편이 끝나면 다음 단편의 콘티를 또 그리기 시작해야 하는데, 그때는 오전에 그릴지 오후에 운동 갔다 와서 그릴지 아직 미정이다.


3) 만화 그리기 단계는 최대의 난제다. 콘티가 머리를 써야 한다면 만화 그리기는 노가다다. 이때에는 음악도 들을 수 있고, 그림이 손에 익으면 노래 부르면서 그릴 수도 있지만, 나는 영상을 틀어놓고 그리지는 못하겠다. 


만화 그리기가 손에 익으면 작업 시간이 단축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지만,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매일 오전에 2시간~2시간 반 정도 만화 그리는 시간에는 한쪽 한쪽 그릴 때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하지만 오전에 바짝 끝내고 오후에는 여유롭게 쉬기도 하고 지긋지긋한 여길 벗어나 밖에 나가 다른 할 일을 처리하자는 목표를 갖고 하루하루 해내고 있다.



5. 운동

작년에 위염을 얻고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건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플 때마다 '이렇게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점점 커져서 위에 근육을 만들어 보자(?)는 말도 안 되는 신념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운동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서,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위염을 앓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운동도 역시 가기 귀찮은 날이 많지만, 막상 가서 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은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다. 



7. 자유 시간(스트레칭/블로그 글쓰기/독서/영상 시청)

전업 작가가 아니기에 저녁, 밤 시간대에 완전히 쉴 수 없다. 다행히 지금은 생업을 쉬고 있어서, 오전/오후에 작업을 거의 다 처리할 수 있지만, 위의 루틴대로 살면 신기하게도 하루가 금방 지나가서 독서나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쓸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일 저녁을 먹고 (내키면) 스트레칭을 한 뒤, 책을 읽거나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독서나 글쓰기는 꼭 이 시간대에만 하는 건 아니고, 오후에 바깥에 나가는 날에는 이동 시간에 책을 읽고, 카페에 가는 날에는 카페에서 독서나 글쓰기를 하기도 한다. 사실 저녁 자유 시간의 가장 큰 목적은 역시 휴식이다. 나는 쉬는 게 엄청 중요하고, 쉬려고 산다.




이렇게 요즘 루틴을 살펴보았다.


오늘 루틴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이런 루틴대로 살고 있음에도 뭔가 루틴을 지키기 싫고, 그냥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불쑥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역시 어찌저찌 위 루틴대로 살았다.


생업 - 백수 - 생업 - 백수 기간을 짧거나 길게 반복하는 프리랜서이고, 아직 전업 작가도 아니지만 나에게 루틴은 중요하다. 그래서 비수기가 찾아오거나, 다시 생업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그 시기에 맞는 나만의 루틴을 찾으려고 한다. 루틴대로 살면 매일 쳇바퀴 굴러가듯 답답할 것 같지만, 경험상 루틴이 있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 루틴은 마치 마음속의 기둥처럼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내 생활을 지지하고 매일매일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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