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 우돌 캐나다 영주권과 취업 도전기
웹사이트에서 시험 결과를 확인하려고 마우스로 클릭하는 순간 내 눈을 믿지 못할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Certified" 라고 쓰인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고, 정신을 다시 차려서 생각해 보았다. "Certified"란 한국 말로 인증되었다는 말이다~ 내가 드디어 시험에 합격했다는 말인가? 믿을 수가 없어서 해당 페이지를 1분 이상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사실이었다~
2018년 12월 6일 보았던 시험 결과도 다시 확인해 보았다. 파일 제목에 "Failed"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꼭 잡고 Certified 됐다는 파일을 클릭해 보았다. 더 놀라운 사실이 파일 안에 보였다. 100% 만점 중 내가 맞은 점수는 71% 였다. 70%를 넘어야 합격인데 71% 라는 성적을 받다니 두 문제만 더 틀렸더라면 또 Failed 라는 결과표를 받을 뻔 한 것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여러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기쁜 소식을 바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하였고 다들 춤이라도 출 듯이 기뻐하였다. 이것이 나의 영주권을 향한 첫 관문을 통과하게된 이벤트였고 나 자신도 그 동안 6개월 동안 밤을 지새우며 노력했던 결과라고 생각하니 이 나이에도 합격한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였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 시험 결과는 단지 시험 결과일 뿐 또다른 두번째 관문이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이번에는 또 뭐야? 흠, 2017년에 호주로 이민을 가려고 열심히 공부하여 치루었던 IELTS 시험의 유효기간이 2년 인데 2019년 3월 18일이면 만기가 되는 것이다.
IELTS 시험은 호주, 캐나다, 영국 등으로 유학이나 이민 등의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이 꼭 치루어야 할 시험이었는데, 학생은 ACADEMY 시험을 치면 되고 이민용 시험은 GENERAL 이었다. 난 2017년 3월까지 3차례나 시험을 치루었는데 가장 잘 나왔던 성적이 LISTENING: 6.0, READING: 6.0, WRITING: 6.0, SPEAKING: 6.5 로서 OVERALL 6.0 이었다.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는 6.0이 꼭 필요했던 터라 그 때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내 머리 속에 새록새록 나는데, 이 시험 결과를 캐나다 영주권에 사용하려고 하였는데 3월 18일이면 EXPIRE 되다니? 흑흑....
나는 RED SEAL COOK 자격증 합격의 기쁨도 잠시 미루고 이주공사에 향후 계획에 대하여 상담 요청을 하였다. 호주도 마찬가지지만 캐나다도 영어가 굉장히 중요했다. IELTS 성적이 각 4개의 SECTION이 모두 6.0을 넘고 OVERALL도 6.0이 넘게 되면 CRS 점수가 상당히 높게 나오는데, 4개 중 하나라도 6.0이 안될 경우에는 영주권 산정 점수인 CRS 점수가 확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EXPRESS ENTRY POOL이 빨리 지원하여 먼저 뽑히면 되지 않겠냐고 이주공사 담당자에게 물어봤지만 정부에서 뽑는 것이고 그걸 믿고 있다가 IELTS 시험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면 또 다시 영어 시험을 본 후 6.0을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 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고 물었더니 IELTS 시험을 다시 치루어 6.0을 확보하여 안전하게 POOL에 업데이트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3월 18일 이전에 이민성에서 나를 뽑아 영주권 초대장을 뽑지 않는 이상 나는 어쩔 수 없이 영어시험을 다시 치뤄야 할 처지였다.
RED SEAL 시험 치느라 6개월을 고생했건만 이제는 영어 시험이 나를 괴롭히는 순간이었다. 아, 지긋지긋한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내 마음이 얼마나 지쳤던지 선뜻 의욕도 나질 않았다. 1주일 간 멍하니 레스토랑과 숙소를 오가면서 일만하였다. 밤에는 책도 보기 싫어 모든 걸 덮어 두고 잠만 잤었다.
1주일 뒤로 시간이 흐르니, 다시 도전하자는 의욕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IELTS 는 사실 영국식 영어로 미국식 영어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 한테는 낯설은 발음에 쉽지 않은 시험이다. 캐나다에서는 CELPIP 이라는 시험이 있는데 이주공사에서는 이 시험을 추천하였다. IELTS는 SPEAKING 시험 시 시험관이 직접 앞에서 질문하고 대답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하나, CELPIP은 모든 테스트가 컴퓨터로 치루게 되어있다. 그리고 여기는 NORTH AMERICA 아닌가? 즉, 미국식 영어 발음이 가까운 영어를 사용한다. 나는 IELTS를 포기하고 이번에는 CELPIP 시험을 치루기로 하였고 3월 3일에 예약을 하였다. 시험 전까지 약 한 달간의 시간이 내게는 주어졌고, 아마존에서 CELPIP 용 책을 구입하였고, YOUTUBE에 올라와 있는 CELPIP 강좌를 퇴근하면 샅샅이 찾기 시작하고 시청하였다. 한달 동안 나는 또다시 미친 듯이 책상 앞에 앉아서 열공을 하였다.
알버타는 3월 달에도 눈이 많이 오고 춥다. 내가 시험을 쳤던 3월 3일도 무지하게 추운 날씨였고 시험이 일요일인지라 캘거리 다운타운에는 Parking이 공짜였다. 시험 장소는 캘거리의 상징인 캘거리 타워가 있는 건물이었다.
시험 시작은 9:30 AM 이었지만 1시간 일찍 오라는 지침에 8시 30분에 도착하였다. 내부 건물이 어찌나 복잡하던지 건물로 들어가서 20분 동안 시험장을 찾아 헤맸다. 진이 다 빠진 상태에서 시험 입실 등록을 마치고 내 자리에 앉았고 주위에 시험 치는 응시자를 보니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모인 것 같았다.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오기 위하여 이 시험을 치루러 온 부부도 있었다. 속으로 저 사람들은 눈감고도 시험 쳐도 100점이 나오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LISTENING, READING, WRITING, SPEAKING 시험을 차례로 치루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끝나고 나가고 시험장에는 시험관과 나 밖에 없었다. 컴퓨터로 시험을 치루기 때문에 빨리 문제를 풀면 빨리 끝내고 갈 수가 있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영어를 제일 못해서 이렇게 마지막까지 남았나? 라고 생각도 했지만 나만큼 영주권에 목숨을 건 사람이 없었기에 그럴 것이라고 자평을 하였다. 하하
홀가분하게 시험을 치루고 집으로 가는 길은 지난번 RED SEAL 조리사 자격증 시험 치고 갈 때와 사뭇 기분이 비슷했다. 아, 이제는 시험 칠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도 가벼워 졌었다. 쉬는 날은 화요일이었기에 레스토랑 사모님이 특별히 허락한 오전이었고 시험이 끝나자 마자 다시 레스토랑 키친으로 향했다. "시험 잘 쳤나?"라는 질문에 "네,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시험 성적은 1주일 쯤 후에 나온다고 하였고, 3월 18일 IELTS 점수 만기 전에 무조건 받아야 하는데 라고 속으로 근심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시험 결과가 5일 만에 나왔고 집으로 배달된 채점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 보았다. 참고로 CELPIP 시험은 IELTS와 달리 나는 모든 영역에서 7.0 이상을 받아야만 IELTS의 6.0과 동일한 점수가 확보가 되었다. 채점 결과는 LISTENING: 7.0, READING: 7.0, WRITING: 7.0, SPEAKING: 6.0 이란 점수가 나온게 아닌가? "아이고, 이를 어쩌나?" 모든 영역에서 7.0이 나와야 하는데 하필이면 SPEAKING에서 6.0 이 나와 버렸다. 시험 비용 $285 아까웠지만 다시 시험을 쳐야하기에 나는 또 다시 좌절을 겪게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전달해 준 게 있었으니, "CELPIP 시험은 WRITING과 SPEAKING SETION에 한하여 재 채점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라고 하였다. 대신 한 SECTION당 재 채점 시, $57의 수수료를 지불해야했다. 나는 다시 시험을 치는 것보다는 재 채점을 요청하여 7.0을 받으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날 바로 온라인으로 재 채점을 요청하였다. 7.0으로 재 산정되면 더 이상 좋을 게 없지만 6.0 그대로 안 바뀔 경우, 나는 다시 공부를 하여야만 하였다. 후자의 경우가 안 되길 기도하면서 재 채점 결과를 기다렸다.
그 동안, EXPRESS ENTRY POOL에는 내 APPLICATION이 3월 8일에 이주공사 담당자를 졸라 급하게 제출하게되었고(서두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시 IELTS 영어 시험이 만기였기 때문이다), 2017년 3월에 받았던 IELTS 점수로 등록을 하였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서류 상의 날짜가 하루가 남았건 일주일이 남았건 등록한 시점을 기준으로 선발하므로 솔직히 50%는 안심을 하였고, 나머지 50%는 심사관이 괜히 트집을 잡아 검토 중일 때 영어 성적이 만기가 지났으므로 다시 제출 하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요청한 채점 결과가 모두 7 점으로 나오면 POOL에 있는 내 APPLICATION에 영어접수를 IELTS에서 CELPIP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정말로 나는 다리 주욱 뻗고 잘 수가 있었다.
재 채점이 2주가 넘게 지났고 결과 우편이 3월 20일에 우편함에 발견이 되었다. 나는 조심스레 기대를 하면서 편지를 뜯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너무나 궁금하였지만 차마 눈을 뜨고 바로 볼 수가 없어서 실눈으로 결과지를 쳐다 보았다.